호수 | 2236호 2013.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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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성체를 모시면서 제가 깨끗하지 못한 것 같아 죄스럽고, 이게 모령성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불안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같은 내용으로 고해성사를 보는 것도 부담됩니다.
홍성민 신부(임호성당 보좌) parvus@hanmail.net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린아이처럼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이 나약하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또 자신이 느끼는 욕구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표현합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다른 이 앞에서 나의 문제를 드러내기도, 또 인정하기도 너무나 어려워합니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며 심리 치료사인 모건 스콧 펙(Morgan Scott Peck)은 “퇴행이 없이는 치료 또한 없다.” 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심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방어기제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마치 어린아이처럼 치료자의 돌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만남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는 너무나 성숙하고 완전한 모습으로 하느님을 만나려고 합니다. 그 마음이 오히려 아버지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자녀로서의 나의 모습을 체험하지 못하게 합니다.
문제는 신앙생활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어야 하는데, 우리의 신앙생활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죄책감은 더욱 커지고, 하느님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두려움 역시 더욱 커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이고,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고 지켜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