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21호 2013.0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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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무한 경쟁에 내던져진 자녀를 보면 측은한 마음이 많이 듭니다. 경쟁만이 유일한 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외면하면 낙오자가 될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경쟁사회를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눈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홍경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mederico@cup.ac.kr
경쟁이란 말은 서로 이기고자 겨루는 일을 일컫습니다. 서로 이기기 위해 겨룬다면 거기에는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같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같은 목표이어야 경쟁이 성립됩니다. 서로 다른 목표를 두고서는 맞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자녀가 도달했으면 하고 바라는 목표가 무엇이기에, 혹은 자녀 스스로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이기에 힘써 경쟁자들을 누르면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되물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경쟁만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며, 거기에 뒤처지면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경쟁은 내면화됩니다. 경쟁이 지닌 마력입니다. 더 큰 문제는 경쟁이 옆을 못 보게 한다는 점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도 도달하기 어려운 길에서 옆도 함께 보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아니라, 이겨야 할 대상으로 전락해버리고 맙니다. 삶이 주는 아름다움은 분명 경쟁보다 공존에 더 많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아름다운 삶으로 이끌고 싶다면 경쟁이 아닌 공존을 말하십시오. 그리스도교의 핵심인 이웃사랑도 경쟁이 아닌 공존의 가치를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