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93호 2012.1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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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대림 시기에 판공성사를 보려고 하는데 막상 뭘 고백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딱히 기억나는 죄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꼭 성사를 보아야 합니까?
홍성민 신부(임호성당 보좌) parvus@hanmail.net
우리 신자 중에 많은 사람이 주일미사에 빠짐없이 참석한 경우에는 그다지 고백할 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들의 대부분의 죄 고백은 주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죄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주일의 의무는 주일미사에 참석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신앙생활을 표현하는 말로 “성당 다닌다”는 말을 씁니다. 성당에 빠지지 않고 다니는 것이 충실한 신앙생활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전에 있던 본당에서는 아이들이 “성당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자주 쓰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신앙의 삶은 성당이라는 공간 안에서의 생활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신앙이 있는 내가 살아가는 삶 전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신앙인으로서 나는 가족들을 사랑하고, 이웃들을 사랑하며, 그들을 용서하며 살았는지, 내게 주어진 것들에 나는 얼마나 감사하며 살았는지, 스스로 삶을 긍정하며 다른 이들의 행복에도 마음을 쓰며 살았는지, 그렇지 못했다면 내가 부족했던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내가 희망하는 삶은 무엇인지, 내 삶의 전반을 두고,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며 잠시 멈추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어긴 계명이 무엇인가?’를 기억해 내는 것 보다, ‘내가 원하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삶의 모습은 무엇이고, 그러기 위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