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87호 2012.11.11 |
---|---|
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도발적으로 물어봅니다. 이웃은 왜 사랑해야 하는 겁니까? ‘영원한 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며 미래로 떠넘기는 대답은 싫습니다.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인간이라는 한자어를 유심히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사람을 뜻하는 인(人)에 사이를 뜻하는 간(間)이 합쳐져 있습니다. 그대로 옮기면 ‘사람 사이’입니다. 이 단어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며, 사람과 함께 있을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사람이 된다는 진리가 그 사이 간(間)이라는 단어에 들어 있습니다. 인간은 ‘사이 인간’입니다. 그리스 철학은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본격적인 철학을 시작합니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인간은 철저하게 ‘함께 하는 존재’로 ‘더불어-인간’이었습니다. 창조 때부터 아담과 함께 할 짝이 필요했고,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인간을 보고 있습니다. 이웃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이웃이 없으면 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 사이에만 존재해야 하는 ‘사이 존재’인 내가 이웃을 제외하고 나면, 그 사이가 없어져 나도 인간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웃 안에서만 나도 진정한 인간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이웃 사랑은 곧 나에 대한 사랑입니다. 좀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던져집니다. 그렇다면 누가 나의 이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