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84호 2012.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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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불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새 신자입니다. 불교에서 1년에 한 번 절에 가면 되는 데 천주교에서 왜 굳이 일주일에 한 번은 성당에 나오라고 하며 귀찮게 하는지요?
권순호 신부(남산성당 부주임) albkw93@hotmail.com
주일을 지키는 것은 창세기 1장에서 하느님께서 6일간 세상을 창조하셨고 7일째 되는 날에 쉬셨기에 우리도 7일째에 쉬어야 한다는 구약의 안식일 규정에서 유래합니다. 그런데 성경의 창조 이야기는 신앙을 표현한 상징적인 이야기이지 역사나 과학이 아니기에 글자 그대로 하느님이 6일간 창조하였다고 이해하지는 않습니다. 창조 이야기에는 당시 대부분 노동 계층이었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일주일에 최소한 하루는 쉬어야 한다는 사목적 배려가 들어 있습니다. 주간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 휴식을 취하는 안식일 규정을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부활이 이루어진 주간 첫날인 일요일에 휴식을 취하는 주일(주님의 날) 규정으로 바꾸어 지금껏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 되는데, 왜 굳이 성당에 나와야 하느냐면, 그것은 참된 휴식은 결국 모든 존재의 근원이신 하느님과 함께할 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 성당에 와서 하느님과 그리고 신앙 공동체와 함께함으로써 삶은 거룩해지고, 참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나오라는 것은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 최소한의 규정이라는 것입니다. 세상 속에 살아가면 우리는 하느님의 가르침과 너무 다른 세속의 시류에 휩쓸려 하느님에게서 점점 멀어집니다. 주일 규정 덕분에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방향을 돌려 다시 하느님께 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신앙이 깊어지면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회개 행위를 일주일에 한 번이 아니라 매일 그리고 매 순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