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78호 2012.0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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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장재봉 신부 |
가톨릭성가 287번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의 노래’ 가사에서 “서라벌 옛 터전에 연꽃이 이울어라”는 부분에 의문이 듭니다. 경주 김씨가 아니라 김해 김씨인 김대건 신부님과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이 무슨 관계인지요?
장재봉 스테파노 신부 / 활천성당 주임
“성가를 부를 때마다 분심이 들었다”는 말씀을 읽으며 그동안 얼마나 ‘무감각’하게 성가를 불렀는지를 깨닫고 뜨끔했습니다. 성가를 절실한 기도로 바치는 그 마음을 닮으리라 다짐해 봅니다. 지적하셨듯이 서라벌은 김대건 신부님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서라벌과 연꽃이라는 시어를 선택한 작사자의 속뜻이 분명 있을 텐데요. 작사자 최민순 신부님의 의중은 천국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이니, 제 나름의 해석을 들려 드립니다. 서라벌과 연꽃은 불교의 대표적 상징어입니다. 그러니 “선비네 흰 옷자락”이라는 구절도 유교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아울러 “이운다”는 표현이 해가 기울어가며 빛이 약해지는 뜻임을 감안하면 작사자의 의도가 훨씬 도드라져 보이는데요. 조선의 기존 종교들이 그 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진리를 심으셨던 신부님의 믿음과 수고를 높이 기린 것을 가늠하게 됩니다. ‘무궁화’도 그 꽃말처럼 ‘끝없이 영원한’ 진리로 우리나라가 항구할 것을 소망한 것이라 싶습니다. ‘시’는 읽는 이의 작품이라는 말처럼, 믿음의 선조를 선물해주신 주님을 찬미하며 성가를 부른다면, 분심이 달아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