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69호 2012.0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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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고해성사를 본지 너무 오래되었는데, 막상 보려니 부끄러워 고해소에 들어가지 못하겠습니다. 어떡해야 할까요?
홍성민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 임호성당 보좌 신부
생텍쥐페리가 지은 ‘어린 왕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이 동화의 제12장에는 주정뱅이의 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린 왕자가 도착한 그 별에는 술에 빠져 사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술만 마시고 있는 그에게 “왜 술을 마셔요?”라고 어린 왕자가 묻습니다. “잊기 위해서 마신다.” 다시, “무엇을 잊기 위해서요?”라고 물으니, “부끄러운 것을 잊기 위해서지”라고 대답합니다. “뭐가 부끄러운가요?”라고 물으니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라고 대답합니다.
술 마시는 것이 부끄러워 술로 잊는다는 그의 답이 바보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우리 안에도 그와 같은 모습이 있는 듯합니다. 아담과 하와는 원죄 후, 자신들의 몸을 가리고, 하느님 앞에서는 나무 아래로 숨었습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숨깁니다.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자신도 보지 않으려 하기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그 이유는 사라지지 않고, 자신의 모습도 변화되지 못합니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기에 누구나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 마음을 감추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모습에 실망한 나를 위로하고, 변화를 바라는 나를 믿어주고, 나아가 지지해주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가 느끼는 부끄러움은 변화의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