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1998호 2009.06.21 
글쓴이 김운회 주교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그것은 오늘 그분께서 이루신 것처럼, 큰 백성을 살리시려는 것이었습니다.”(창세 50, 20)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창세기에 보면 요셉은 자신을 이집트에 팔아넘긴 형제들을 보며 주체할 수 없는 미움에 사로잡혀 복수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하느님의 공의를 생각하며 눈물로써 형제들을 용서합니다. 요셉은 용서를 통해서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 것입니다. 어렵고도 힘든 일이지만 이제 하느님의 권능과 영광을 통해서 남북 간의 갈등을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최근에 북한은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는 로켓을 발사하고 2차 핵실험을 실행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단지 남북 간의 갈등을 넘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해치는 행동입니다. 동족 간 전쟁의 참화로 지난 60년간 얼마나 아픈 시간을 보냈는지 잘 알고 있다면 무모한 핵개발을 통해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북한은 군사력에 의존하는 권력을 선택하지 말고, 정치적 민주주의와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 그리고 시민의식의 성숙을 통한 사회발전을 통해서 창출되는 권력을 지향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 북한당국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내적 의식이 ‘남과 북이 다르다’는 현실을 ‘북한은 잘못되어 있다’는 쪽으로 인식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들은 우리가 외면하거나 버리고 갈 수 있는 사람들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돌발적 상황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과 정책 수렴 없이 내리는 결정은 자칫 남북관계에 커다란 어려움을 줄 수 있으리라 염려됩니다.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위기는 세계적 경제 위기에 비해 더 큰 어려움을 가져올 것입니다.

지난 부활절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화해는 어려운 일이지만 세계안보와 미래 평화공존의 필수조건”이라며 전 세계 분쟁지역의 화해를 촉구하셨습니다. 교황님의 부활절 메시지는 북한의 2차 핵개발과 로켓발사를 계기로 긴장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한반도에도 절실한 말씀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교회 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는 일에 더욱 열심해야 합니다. 새터민들을 돌보고, 식량과 생필품과 의약품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하며,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와 사랑의 실천은 언젠가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에로 승화될 것입니다. 우리 함께 기도합시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우리 민족에게 매우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운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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