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주님 세례 축일 강론)

 

또 하나의 공현, 주님 세례 사건

 

오늘은 연중 시기의 시작인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지난주가 주님 공현 대축일이었습니다. 성탄시기와 연중시기가 서로 연결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님의 신원을 공적으로 세상에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공현과 세례는 하나입니다. 공현 대축일은 메시아의 별과 동방박사들을 통해 아기 예수님이 참된 임금임을 드러내는 것이고, 세례 축일은 요르단강에서의 세례를 통해서 성인이 되신 예수님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임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의 메시지를 본기도는 이렇게 요약해 주고 있습니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그리스도께 성령을 보내시어, 하느님의 사랑하시는 아들로 선포하셨으니,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난 저희도, 언제나 하느님 마음에 드는 자녀로 살아가게 하소서.”

 

그렇다면 주님의 세례와 우리의 세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예수님의 세례는 무죄한 분의 세례였다면, 우리의 세례는 죄인들의 세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었지만 우리의 세례를 거룩하게 만들기 위한 마중물로써 스스로 세례를 청하셨습니다. 요르단강물이 죄 없으신 주님을 정화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몸이 요르단강물을 정화한 것입니다. 세례를 받는 모든 죄인들을 정화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또 한 가지 주님의 세례에서 묵상해 보아야 것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오셨다는 것입니다. 이는 물 아래로 예수님께서 들어가셨음을 전제하는 말입니다. 세례의 본래 형식은 침수입니다. 그러면 물 아래로 들어감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고, 물 위로 올라옴은 생명, 부활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공생활의 신호탄 격인 주님의 세례는 그저 죄만 씻는 예식이 아니라 당신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미리 예표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한편 주님의 세례에서 우리는 하늘을 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주님의 세례 때 하늘이 열렸다고 전합니다. , 주님의 세례 사건은 천지가 개벽하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인간의 죄로 인하여 하늘이 열리지 않았는데, 이제 주님의 세례로 하늘과 인간이 이어집니다. 더 나아가 주님의 세례는 공생활의 절정인 십자가 사건을 통하여 인간과 인간을 잇고, 또 인간과 하느님을 잇게 될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겸허한 세례는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일종의 출사표입니다. 지난주가 주님 공현 대축일이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이방 세계까지 구원의 빛을 비추시는 주님 현현이 주제였다면,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은 세례를 받는 모든 이에게 구원을 알리는 주님 현현이 그 주제입니다. 이제 하늘에서 성자의 머리 위에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성부의 음성이 하늘에서 들립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그 전에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 일은 성자께서 죄인들의 무리에 섞여 아무런 특권의식 없이 죄인들과 똑같은 세례를 받는 것입니다. 소금인형이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바다를 너무 사랑한 그는 바다에 온 몸을 던집니다. 그리고 소금으로 된 그의 몸은 바다에 점점 녹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그 형제가 사라집니다. 예수님도 이 세상에 당신의 몸을 던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똑같은 처지가 되셨습니다. 죄인들을 구원하시려고 죄 없으신 분이 죄인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소금인형처럼 결국 사라지실 것입니다. 인간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의 목숨을 내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의 세례로 죄 많은 저의 세례가 거룩해졌습니다. 사제가 제 이마에 세례수를 부을 때 저는 당신의 세례에 동참하게 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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