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주님 공현 대축일 강론)

 

베들레헴의 별, 아기 예수님!

 

성탄 시기의 마지막 장면은 주님 공현입니다. 그런데 아기 예수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는 순서를 보면 처음에는 마리아와 요셉, 마구간의 가축들, 이어서 양 떼를 돌보는 목자들, 그리고 오늘 동방 박사들로 끝을 맺습니다. 다시 말해 주님 공현의 빛은 처음에 마리아와 요셉, 즉 가정의 근간이 되는 부부를 비추고 있고, 다음은 생태계를 대표하여 여러 종의 짐승들을, 또 그다음은 가난한 하층민을 대표하는 목자들을, 마지막은 이방인들을 대표하여 동방의 현자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 순서가 놀랍지 않습니까? 오묘하게도 주님 공현은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계층을 향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한 아기를 통하여 이렇게 온 누리에 퍼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무대 배경은 구세주가 태어나신 베들레헴입니다. 그리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연이 있으니 동방박사들입니다. 또 중요한 악역이 있네요. 곧이어 아기 예수님을 죽이려 근방에 아기 학살령을 내렸던 헤로데 대왕입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무대 조명이 있으니 아기 예수님을 비추고 있는 별입니다. 그럼 이제 하나하나 그들의 연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동방박사들은 먼 이국에서 천체를 관찰하다가 위대한 인물이 태어났음을 알고 베들레헴까지 별을 쫓아 찾아온 현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별이 유다인들의 임금을 가리키고 있음을 깨달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비록 국적, 인종, 종교는 달라도 동방박사들은 경축 사절단으로서 임금이신 아기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립니다. 그런데 그들이 선물의 의미를 알고 드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물들은 고가의 예물이 아니라 놀랍게도 아기 예수님의 신원과 운명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황금은 그리스도의 신적 영광, 유향은 그리스도의 영원한 사제직, 그리고 몰약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상징합니다. 누구나 값비싼 선물을 받으면 좋아하지요. 그러나 그 선물이 실제 뜻하는 것을 안다면 선뜻 받기 어려울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받기에는 엄청난 무게의 세 가지 선물, 그러나 그 아기는 장차 그 선물이 뜻하는 바대로 살아내고, 십자가 희생 제사를 통해서 온 인류에게 구원을 선물합니다.

 

이제 영원한 악역, 헤로데를 살펴보겠습니다. 헤로데는 나름 성공한 왕이었습니다. 출신 성분은 변변치 못했지만 정치적 수완과 간교한 계략으로 유다를 장악하게 됩니다. 그는 대왕이라는 호칭처럼 부국의 기초가 되는 건축과 농업을 장려하고, 솔로몬 대왕 이후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을 화려하게 재건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폭군이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자신의 정적으로 여기고 싹이 트기 전에 제거하려고 무고한 아기들을 학살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런데 예언서의 기록대로 메시아는 베들레헴에서 나와야 합니다. 참된 유다인들의 임금, 즉 메시아는 화려한 예루살렘의 궁전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가장 작은 고을, 베들레헴이 메시아의 탄생지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헤로데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권력과 명예, 그리고 부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구세주를 만나 뵙기 위해 헤로데의 궁궐이 아니라 베들레헴의 어느 집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권력이 아니라 취약함, 명예가 아니라 겸손, 부가 아니라 가난에서 아기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끝으로 베들레헴 어느 집 위에 떠 있는 별을 묵상해 봅시다. 누구나 별이 되고 싶어 합니다. 대중 매체에서 서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들을 보십시오. 그들은 기본적으로 인기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별은 사람들을 진리와 생명으로 이끄는 빛입니다. 무대 위에 조명은 배우들만 비추고 있지만, 베들레헴의 별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관객 모두를 비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아기 안에서 진정한 스타를 만납니다. 오늘 주님 공현 대축일은 참된 임금으로 등극하신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는 날입니다. 우리도 그 빛을 따라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빛이 온 누리에 퍼지도록 우리가 반사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둠 속에 있는 그들에게 참 빛을 선사했으면 좋겠습니다. 118일은 입교 환영식입니다. 메시아의 별을 보고 동방박사들이 주님을 찾아내었듯이 많은 예비 신자들이 여러분들의 안내에 따라 주님을 영접하면 좋겠습니다. 부디 선교에 모든 열정을 쏟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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