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태오복음 2,13-15.19-23
아기 예수님은 태어나시자마자 환영이 아니라 위협에 둘러싸이십니다.
말씀께서는 단지 연약한 아기 살이 되신 것만이 아니라,
위협받고 도망쳐야 하는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 속까지 내려오심을 보여줍니다.
헤로데가 죽음을 명령하는 그때, 하느님께서는 군대나 힘으로 개입하지 않으시고, 요셉에게 “꿈”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확실하지 않는 꿈, 위험을 없애 주는 약속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도록 믿음을 독려하는 말씀을 주십니다.
요셉은 길의 끝을 보지 못하지만
“주님이 나의 힘, 나의 노래이심”을 믿고
어두운 밤에도 아기와 마리아를 껴안은 채 길을 떠납니다.
오늘 복음에는 모든 이들의 비극이 담겨 있습니다. 왕과 아이, 악인에게 맞아 고통받는 의인, 패배하는 선 ᆢ 세상에서는 언제나 힘센 자와 폭력적인 자가 지배하고, 헤로데는 여전히 죽음과 공포의 왕좌에 앉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ᆢ 삶이 위험과 길과 피난의 연속인 곳이 얼마나 많은지요!
의인 요셉은 이 세상의 모든 의인들을 대표합니다. 생명을 떠맡아 사랑하며, 그 수고를 계산하지 않고, 두려움을 세지 않으며, 침묵 속에서 죽음의 본능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차리고, 큰 소리 없이,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이들. 자신의 삶으로 다른 생명을 지키는 것이 자기 사명임을 아는 모든 이들을 대표합니다.
하느님은 고통 바깥이 아니라
고통 한가운데서 함께 걸으시는 분이십니다. 역사 속에서 세상은 여전히 강한 자와 폭력의 논리로 움직이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하느님과 연결되어있는 금(金)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가정을 지키고, 생명을 품고,
사랑 때문에 묵묵히 책임을 지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드러납니다.
선하고 이름 없는 이들, 위협받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손과 마음을 내어 놓고, 사랑과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관계의 매듭을 더욱 단단히 묶는 이들의 삶속에서 드러납니다.
요셉처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사랑을 선택하는 이들 안에서, 사랑을 권력보다 더 사랑하고, 평화를 승리보다 더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모든 이들 안에서 약한 자들의 힘이, 희망의 힘이 세상보다 더 강하게 빛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