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묵상
2025.12.24 07:16

성탄 대축일 밤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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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카복음 2,1-14


"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서 칙령이 내려ᆢ"(1)


황제의 이름, 온 세상을 움직이는 칙령 ᆢ 사람들은 이동하고, 길은 붐비고ᆢ 루카복음은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는 때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루카는 우리에게 발걸음을 멈추어 아주 작은 한 장면을 바라보도록 초대합니다.

언제나 하느님은 거창하고 떠들썩한 가운데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자렛에서 베들레헴까지, 긴 길을 걸어온 한 부부가 있습니다.

임신한 아내와 그를 지키는 남편.

그러나 그들이 도착한 마을에는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일부러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을지 모릅니다.

다만 이미 다른 일들로 가득 차 그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마구간, 짐승들이 머무는 자리로 가시고, 따뜻하지도 않고, 환하지도 않은 그곳에서 귀한 아기는 태어납니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6절과12절)

루카는 이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 들려줍니다.

마치 우리가 다른 것은 잊어도 이것만은 꼭 기억하라는 듯이.


그날 밤, 들판에는 목자들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던 이들,

늘 밖에서 밤을 보내던 이들.

바로 그들에게 하늘이 열리고, 천사가 말을 건넵니다.

하느님 마음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작은 자, 못가진 자, 약한 자가 자리합니다. 

나의 모자람을, 약함을 보고 그 자리에 찾아오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ᆢ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10)

기쁜 소식은 언제나 이렇게 두려움을 먼저 내려놓으라는 초대로 시작됩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11)


그러나 세상의 구원자가 태어나는 표징은 놀라울 만큼 소박합니다. 궁전도 없고, 왕좌도 없습니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목자들은 망설이지 않고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보고, 믿고, 하늘에서는 찬미의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루카는 이 이야기가 믿을 만한가, 증명할 수 있는가 우리에게 묻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은 이 아기를 어디에 눕히겠는가?”

당신의 삶은 이미 가득 차 있고

자리가 없을 때, 그래도 그분을 위한 작은 공간을 내어 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성탄은 바로 이 맞아들임의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은 오늘도 크게 오시지 않습니다. 조용히, 아주 작게,

다만 받아들여지기를 기다리며 오십니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구원이 필요한 내 가난한 그 자리에 구원자 그분, 아기 예수님을 맞아들이는 '성탄'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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