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태오복음 1,18-24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23)
제1독서 이사야서의 말씀에서는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희망이 선포되고 복음은 이 희망의 말씀이 실현을 알려줍니다.
오늘 복음은 특히 하느님께서 인간의 한가운데로 들어오시는 방식이 얼마나 조용하고 깊은지를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찬란한 기적으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요셉의 혼란과 침묵, 밤중의 꿈, 그리고 내린 결단 속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불안과 두려움이 머무는 자리에서 당신의 계획을 펼치십니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물러나려 합니다. 그러나 천사는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은, 먼저 우리의 두려움을 향해 건네지는 말씀입니다. “보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며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23)
<임마누엘>, 우리의 하느님은 문제가 사라진 세상이 아니라, 문제 한가운데로 오시는 하느님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멀리서 바라보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삶 안으로 들어와 함께 숨 쉬시는 분이시며, 인간의 계획이 완벽할 때가 아니라, 길을 잃고 방향을 찾지 못할 때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요셉은 모든 것을 이해한 후에야 비로소 순종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해하지 못한 채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이것이 임마누엘을 맞이하는 태도입니다. 설명을 요구하기보다, 하느님의 현존을 신뢰하며 한 걸음 내딛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십니다. 창세기 31장을 읽어보면 야곱이 타향살이의 어려움 중에 그가 늘 인식하고 있던 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하신 약속 역시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것이었고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에서 배척당할 때 역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사도행 18,9-10)라는 하느님 약속의 말씀을 받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성경의 인물들은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이 확신으로 미래의 불확실함과 고난의 길을 서슴지 않고 걸어가게 됩니다.
대림의 마지막 주일에 복음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지금 어떤 두려움 앞에 서 있는가?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약속을 믿고 받아들이기보다는, 혼자 해결하려 애쓰고 있지는 않은가?
임마누엘은 멀리서 오시는 분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 곁에 계시며, 우리가 문을 열기를 기다리시는 하느님입니다. 이번 성탄은 모든 것이 준비된 후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부족함과 불안, 설명되지 않는 삶의 자리에서 우리와 함께 태어나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이것이 대림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기쁨이며, 가장 확실한 희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