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대림 제2주간 훈화)
준주성범: 제13장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겸손하게 순명함
1. 주님의 말씀: 아들아, 순명을 피하는 것은 은총을 피하는 것이다. 또 사사로운 것을 가지려는 사람은 공동의 선을 잃어버린다. 제 으뜸인 머리에 순명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의 육체가 정신에 완전히 순중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며, 빈번하게 반항하고 거스르고 있다는 징표이다. 그러니 네가 육체를 굴복시킬 마음이 있거든 부지런히 네 으뜸인 머리에 순명하는 법을 배워라. 네 안에서 타락하지 않는다면 바깥의 원수쯤은 손쉽게 이길 수 있다. 영적으로 대화할 줄 모르는 너 자신이야말로 네 영혼에게는 어떤 원수보다도 더 몹쓸 원수며 성가신 원수다. 살과 피를 거슬러 싸워 이길 마음이 있으면 반드시 자신부터 하찮게 볼 수 있어야 한다.
2. 그러나 너는 아직도 너 자신을 절제 없이 사랑하기 때문에 남의 뜻에 맞추어 네 뜻을 희생하기를 어려워한다. 나는 허무에서 모든 것을 만든 전능하고 한없이 높은 하느님으로서 너를 위하여 겸손되이 굴복하였거늘, 먼지며 아무것도 아닌 네가 하느님을 위하는 마음으로 사람에게 굴복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어려우냐? 네가 나의 겸손을 배워 너의 교만함을 이길 수 있도록 나는 모든 것 가운데 제일 천하고 제일 낮은 이가 되었다. 먼지야, 너는 복종하는 법을 배워라. 흙아, 또 진흙아, 너를 천하게 보고 모든 이 앞에 자신을 굽히는 법을 배워라. 네 뜻을 꺾고 모든 이에게 완전히 굴복하는 것을 배워라.
<묵상>
순명은 영성 생활의 기본입니다. 순명은 단지 권위자에 대한 복종에 머물지 않습니다. 순명은 하느님의 뜻이 관철되도록 나를 내어드리는 사랑의 행위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순명은 어리석은 자기포기처럼 보입니다. 특히 자기주장이 강한 요즘 세대에게 순명은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순명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일방적인 독단을 요구하는 덕목이 아닙니다. 순명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며, 그 말씀이 육화되도록 내가 그분께 협조하는 것입니다. 한편 순명은 겸손을 전제합니다. 인간은 흙으로 돌아갈 피조물임을 자각했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하느님의 은총을 갈구하게 됩니다. 그러니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 겸손해질 수밖에요. 그리고 우리는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콜로 1,18)이신 그리스도께 순명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지체인 우리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신비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신도는 본당 신부에게, 본당 신부는 교구 주교에게, 교구 주교는 교황에게, 교황은 그리스도에게, 그리스도는 성부 하느님께 순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역순으로 사랑은 내려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