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그리스도왕 대축일 강론)

 

하느님 나라와 하늘나라

 

지난 특강 때도 말씀드렸지만 성경에서, 특히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하느님 나라와 하늘나라를 혼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라는 표현과 하늘이라는 표현은 같은 의미입니다. 창공의 의미로서 하늘이 아니라 하느님의 상징어로서 하늘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를 자주 헷갈리게 하는 표현인 나라, 곧 그리스어로 바실레이아는 국가, 영토, 세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스림 혹은 통치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하늘나라는 죽어서 가는 천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세에서 구현되는 하느님의 통치, 다스림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다스림은 지금도 교회를 통해서 이어져가고 있습니다. 성령 안에서의 일치, 사랑, 평화 등의 가치가 이뤄지는 모든 관계가 바로 하느님 나라, 곧 하느님의 통치인 것입니다. 장소 개념이 아니라 상태 개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전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분의 모든 말씀과 행적은 하느님 나라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분은 당신의 십자가 죽음으로써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십니다. 그리고 온 누리의 임금으로서 그리스도왕이 되십니다. 그분의 나라는 오늘 미사 중 감사송처럼 진리와 생명의 나라요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이며,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입니다. 그리스도왕은 화려한 권세를 드러내는 왕좌를 버리고 십자가에서 당신의 다스림을 성취하십니다. 그리고 우도가 대표하듯 세상의 모든 죄인들을 위해 이렇게 초대하고 계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오늘 너는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 43)

 

그리스도께서 참된 왕, 왕 중의 왕이시면 우리는 그분의 충실한 신하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분의 왕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의 모든 언행은 품위 있고 거룩하며 위대한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제53회 본당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부디 이 본당이 하느님의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왕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그분의 다스림이 온 천하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교우들은 일치하고, 가정은 성화되며, 지역 사회는 복음화되기를 바랍니다. 익히 알듯이 전포성당의 명의는 부활 예수입니다. 부활은 십자가를 통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습니다. 이번 바자회 준비에 희생과 정성을 다 바치신 봉사자들께 감사를 드리고, 이 자리에는 없지만 오늘의 전포성당이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은인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하루 천주교 신자답게 기쁘고 화목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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