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168호 2012.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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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저는 화가 치밀면 주체할 수 없어, 주위 사람들이 피해를 주게 되고, 나중에 후회하곤 합니다. 저의 분노를 다스릴 방법은 없을까요?
권순호 알베르또 신부 / 남산성당 부주임(albkw93@hotmail.com)
심리학을 전공한 어느 신부님은 권투 연습을 하는 샌드백을 하나 사서 분노가 치밀면 그것을 치라고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화를 즉각적으로 발산하면 당분간은 화가 풀리는 것 같지만, 효과가 지속적이지 못합니다. 화는 내면 낼수록 골이 더 깊어지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저의 처방전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성호경을 그으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라, 거대한 파도 같이 다가오는 분노의 감정을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거창한 성경 공부가, 대단한 교리 지식이나 신학이 우리를 악에서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바치는 짧고 단순한 화살기도가 우리를 악에서 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분노의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성호경을 긋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게 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곧 분노가 되어 버립니다. 그 순간 성호경과 같은 짧은 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다시 찾는 것입니다. 다시 의식을 차리고, 나와 나의 분노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에 하느님 성령의 바람을 불게 하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화살기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신앙과 믿음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와, 이제 신앙의 눈으로 신앙의 기도로 나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깨어 있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분노 같은 죄의 씨앗이 마음에 싹을 틔울 기회를 주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바친 나의 짧은 기도가 복수의 욕망과 고통으로부터 우릴 구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