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38호 2017.06.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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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본당에서 자신의 의견만이 옳다고, 자신의 의견만을 강요하는 신부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성향과 의견을 인정해주는 다원주의 사회에 이런 권위적인 신부님들은 많은 신자들을, 특히 젊은이들을 교회에서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다원주의 현대 사회 저변에는 상대주의라는 사상이 깔려 있습니다. 상대주의란 세상에 모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보편적 진리란 존재할 수 없으며 모든 진리는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은 표면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다름을 존중하는 듯하지만, 결국 서로에 대해 무관심하게 만듭니다.‘세상에 보편적 진리란 없으니, 나는 내 나름대로 살거니깐 너도 니 마음대로 살아라’이런 식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혼술족’,‘혼밥족’,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서로를 엮어주는 공통된 진리를 다 잃어버린 채 파편화되어 뿔뿔이 흩어지고 다원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음서를 읽어 보면, 예수님은 당시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달리 권위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권위적인 것과 권위가 있는 것을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권위란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시키는 독재자의 횡포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의 권위는 바로 사랑의 권위를 말합니다. 예수님이 드러내는 사랑은 현대 매스미디어에서 드러내는 감성적인 로맨스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보편적 하느님의 진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본받아 교회의 지도자들도 흔히 자신의 주장만을 강요하는 권위적인‘꼰대’가 아니라 하느님의 진리를 추구하며 사랑의 권위를 보여주시는‘어른’이 되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