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힘 좀 빼게

가톨릭부산 2017.06.07 09:59 조회 수 : 131

호수 2438호 2017.06.11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어깨에 힘 좀 빼게

 

탁은수 베드로 / 부산MBC 보도국 부장 fogtak@naver.com

 

  운동경기에 나선 선수가 너무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몸이 굳어서 오히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사회부 기자시절 험상궂은 범죄 혐의자나 나이 많은 형사들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퇴직을 앞둔 선배가“어깨에 힘을 빼야 진짜 기자가 된다.”고 했던 충고를 이제야 실감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세워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분별없는 욕심을 세우고 마음을 빼앗겨 매달린다면 그건 집착입니다. 집착은 갈수록 깊어져 폭력의 성향을 갖기도 하고 반칙을 동원할 때도 있습니다. 좋게 포장하지만 자기 만족을 위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인격에 상처를 남깁니다. 일을 할 때도 능력과 절차 대신 나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부담이 됩니다. 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직위나 재산을 탐하는 일 등은 모두 자기 집착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요?


  얼마 전 미사 시간에 들었던 강론이 기억에 남습니다.“보상을 바라면 베풀지 말고, 놓아 줄 수 없으면 붙잡지 말고, 해결할 수 없으면 고민하지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세상의 일은 내 뜻대로 안 될 때가 더 많습니다. 많은 일들이 혼자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데도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욕심이 흔합니다. 욕심은 불만으로 이어져 주변 사람을 불편케 하고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지나친 경쟁과 자본의 모순이 누적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이 친히 선택하시어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이보다 더 감사할 일이 어디 있을까요?


  불만의 이유를 찾는 사람과 감사의 이유를 찾는 사람의 인생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세상에 올 때 우리는 모두 빈손이었습니다. 생명도, 가족도 내가 쟁취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허락하신 선물입니다. 지금의 지위, 재산 등도 하느님 뜻에 따라 맡겨진 것들입니다. 이걸 영원히 자신의 것 인양 붙잡고 매달린다면 어리석은 집착에 불과합니다. 세상의 것을 하느님께 돌려 드리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임을 깨닫는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스스로를 집착에 가두고 불안과 불만에 머무는 대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께로 흘러가는 시간을 감사하게 산다면 인생은 소풍처럼 즐겁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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