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33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연중 제33주간은 묵시 문학이라는 독특한 양식을 통하여 세상 종말을 전하는 복음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묵시 문학이 번성하던 시대는 한마디로 박해의 시대였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사는데도 축복보다는 고통을 받는 현실, 오히려 세상의 권력자들은 악과 타협해 가며 승승장구하는 현실에서 탄생 된 것입니다. 복음의 말씀은 성전이 무너질 만큼 하느님의 현존을 발견할 수 없고, 거짓 그리스도로 혼란을 겪게 되며, 악의 세력으로 말미암아 세상과 자연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많은 이에게 박해받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인내를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하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러하다면, 과연 이 인내란 어떤 것이겠습니까?
“높은 바위에서 메말라 가는 바닷가재가 있습니다. 그 바닷가재에게는 바다로 되돌아가기에 충분한 힘은 있지만 지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닷물이 자신에게 되돌아오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만일 바닷물이 되돌아오지 않으면 그 바닷가재는 그곳에서 말라 죽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노력한다면 바닷가재는 자신의 1미터 앞에서 넘실대는 파도에 도달해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앙인의 삶에도 ‘곤란한 지점’으로 몰아가는 파도가 있습니다. 그 파도는 바닷가재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처럼 우리를 그곳에 그냥 남겨 둡니다. 만일 우리도 파도가 밀어닥친 지점에 누워서 어떤 거대한 파도가 우리를 싣고 부드러운 물속으로 다시 인도해 줄 것을 기대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기회는 절대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인내가 아니라 사실 게으름이기 때문입니다. 게으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며,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듭니다. 그러나 인내는 우리가 기다리는 것이 반드시 실현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일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계속 일하는 것입니다. 이 주간에 지내게 될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자헌 기념일에 우리도 다시 한번 주님께 우리 자신을 봉헌하며 믿음 안에서 희망을 품고 용기를 갖고 힘차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