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복음 21,5-19
교회력으로 한해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와 복음은 마지막 때, 종말에 대한 말씀입니다. 인간은 세상의 종말(작게는 개인의 죽음)로 모든 것이 끝장이 나는 것인가 하는 문제로 늘 고민해왔습니다만 묻고 싶습니다. 종말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들리는지요? 지금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요?
예수님은 언제나 외적인 것, 표면적인 것에서 내면으로, 본질로 가도록 초대하십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면서 종말의 일반적인 의미보다는 개인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말의 표징이 세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1. 속임수, 기만 :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 따라가지 마라"(8)
오늘날만큼 사기가 판을 치는 때는 없는 것 같습니다: 거짓 뉴스들, 보이스피싱, 전세 사기, 가상화폐 사기……. 속아본 일, 속여본 일이 있는지요?
물질이, 사람들의 인정, 인기가, 지위가, 직책이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아 속지는 않았는지요? 그런 것들이 내게 가장 중요한 자리,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하는 순간은 없었나요? 변하지 않고 줄어들지 않는, 조건 없는 사랑, 속임 없는 사랑은 하느님께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서 찾고 속임 당하고 말지요.
또 복음 말씀, 하느님의 이름을 팔아 자신을 내세우는 일도 생기지요. 사제, 수도자들은 물론이고, 신자들 모두도 이 위험에서 제외되지는 않습니다. 말씀을 전하면서, 봉사하면서 사람들을 하느님이 아닌 나에게로 끌어당기는 위험입니다.
2. 전쟁: “민족과 민족이 맞서……나라와 나라가 맞서”(10)
전쟁(싸움)의 원인은 언제나 욕심(권력, 재물)입니다. 세상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 앞에 내 욕심은 어떤지 살펴볼 일입니다.
3. 박해, 배반, 미움: “너희에게 손을 대어 ……미움을 받을 것”(12-16)
예수님의 길은 세상을 거슬러 가는 길입니다. 세상의 흐름 따라 타협하면서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이 어떻게 이에 맞설 준비를 할수 있을까요?
그 맞설 준비란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18)이라는 말씀에 내맡기는 믿음을 갖는 일입니다. 믿음은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들을 때 자라납니다.
머리카락까지 헤아리시는 분, 그래서 한 올이라도 그냥 잃도록 버려주지 않으시는 분이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의식이 뚜렷하다면 무엇이 부럽고,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이 믿음은 부딪치는 모든 어려움을 "인내로써(넘어서고) 생명을"(18)얻도록 해줄 것입니다.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며 죽음을 생각해보는 때인 위령성월을 보내면서 나는 나의 종말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주님 손에 내맡기고 싶은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