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30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연중 제30주간을 시작하며 주님은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 모습을 통하여 우리에게 ‘겸손’에 대한 가르침을 주시고 계십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께서도 덕 중에 가장 중요한 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첫째도 겸손이요, 둘째도 겸손이고, 셋째도 겸손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고명한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온 한 방문자는 스승 앞에 자기의 고민거리를 한참 이야기하고는 다시 자신의 장래 계획에 대하여 장황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방문자의 찻잔에 차만 계속하여 따랐습니다. 차는 찻잔에 흘러넘쳐 앉은 자리까지 흥건히 젖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도취 되어 떠들어대던 방문자는 놀라 스승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습니다. “잔이 넘쳐서 흐르는데 어찌하여 자꾸만 따르시는지요?” 그제야 스승은 입을 열었습니다. “이 찻잔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마음은 너무 많은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마음의 잔을 비우지 않으면 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드릴 수가 없습니다. 가르쳐 드린다 해도 다 넘쳐버릴 것입니다.”
겸손한 기도만이 하느님의 자비를 얻어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처럼 우리 마음에 빈자리가 없다면, 주님께서 우리 마음에 채워주실 것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집회서에서도 겸손한 이의 기도만이 구름을 거쳐 하느님에게까지 올라간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처럼 자만에 차, 자신을 세리와 비교하며 자기 자랑만 한다면 그가 지킨 모든 계명, 그가 베푼 모든 자선을 결국 자신을 허영에 빠지게 하며 교만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기도할 때, 이웃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 내가 선한가를 살펴야 합니다. 우리들의 선행이나 신앙생활이나 그 기준, 척도는 이웃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때만이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하고 겸손한 기도를 바칠 수가 있으며 주님의 자비를 입을 수가 있게 될 것입니다. 한 주간 세리처럼 주님 앞에서 우리의 부족함을 보며 기도함으로 주님의 축복을 받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