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연중 제28주간을 시작하는 주일 복음에서는 나병환자 열 사람이 주님께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자비를 요청하는 이 사람들의 외침은 바로 우리들의 외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열 명의 나병환자 중에서 진정으로 주님 자비의 은총을 얻은 사람은, 주님 앞에 돌아와 감사의 인사를 드린 사마리아 사람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나머지 아홉 명은 비록 외적인 치유는 받았지만, 진정한 자비, 구원을, 새로운 삶을 얻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한 추장이 자기의 추장 직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세 아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갔습니다. 눈앞에 큰 나무가 있고 그 나뭇가지에 독수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추장은 맏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저 앞에 무엇이 보이느냐?” “하늘이 보이고 나무가 보입니다.” 추장은 실망하여 둘째 아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나무가 보이고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독수리가 보입니다.” 추장은 역시 실망한 빛으로 이번에는 막내 아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독수리가 보이는데 두 날개가 있고 그 날개들이 마주치는 곳에 독수리의 가슴이 보입니다.” 추장은 기쁨으로 외쳤습니다. “그곳을 쏴라!” 막내 아들의 화살은 독수리의 가슴을 정확하게 명중시켰고, 추장은 막내 아들에게 추장 자리를 물려주었습니다. 그들이 들로 나온 목적은 사냥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독수리를 쏘아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그들이 반드시 보아야 했던 것은 독수리의 가슴뿐이었던 것입니다.
복음의 말씀을 묵상하며 두 개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란 말씀과 “소탐대실”이란 말입니다. 우리도 복음의 나병환자들처럼 주님께 자비를 청하고 있지만, 외적인 치유만으로 만족하고 떠난 아홉 명의 나환자처럼, 하느님 자비의 상징인 외적인 치유에 만족하고 진정으로 주님께서 주시는 구원의, 영원한 생명의 은총을, 새로운 삶의 은총을 잊어버리고 지내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입니다. 받은 은혜를 제대로 알아보고 감사하면서 소탐대실의 실수를 범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사는 진정한 신앙인으로 살아가시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