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아 평의회 훈화(2025.9.28.)
하느님의 침묵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니라는 곳으로 가셨다. … 그분께서는 근심과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 …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 그런 다음 앞으로 조금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마태 26, 36-43)
하느님의 도움이 가장 필요할 때,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깊은 침묵’을 경험하십니다. 언제나 하느님 현존 안에 계셨던 예수님조차 당신의 외침에 침묵하시는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침묵은 그분에게는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부재에 절망과 공포를 경험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느끼셨고, 실질적으로 힘들어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결코 버리지도 잊지도 않으신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 향한 ‘희망’이었고, 그 뿌리는 예수님께서 지금까지 경험하신 ‘하느님 현존 체험’이었습니다. 과거의 은총 체험이 현재의 고통을 극복하게 하는 희망의 시작이었습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우리 안에 하느님 현존 체험이 있다면 우리 또한 고통 앞에 침묵하시는 하느님을 경험할지라도 그리고 절망과 포기를 경험할지라도, 즉시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이 마지막 기도가 우리의 기도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