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4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성 십자가 현양 축일로 시작하는 연중 제24주간의 첫날은, 시메온의 예언대로 영혼이 칼에 꿰 찔리는 고통 속에서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에 동참하신 고통의 성모 마리아를 기억하며 시작하고 있습니다. 성모님의 삶은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예”라고 응답을 하시면서부터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그 고통을 피하려고 하지 않으시고, 사랑의 마음으로 받아들이시며 예수님의 모든 여정에 함께 하셨습니다.
언제나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사나이는 자신을 늘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번은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멀리 있는 곳으로 짐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사나이도 다른 사람들처럼 짐을 짊어지고 나섰습니다. 한참 가다 보니 사나이는 다른 이들보다 자신의 짐이 더 무겁고 커 보여 몹시 기분이 나빴습니다. “난 역시 재수가 없어!” 그는 갑자기 힘이 빠져 가장 뒤처져 걸었습니다. 길이 너무 멀어 마을 사람들은 중간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게 되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사나이는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몰래 일어나 짐을 쌓아둔 곳으로 살금살금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짐을 하나하나 들어 보고, 그 중의 가장 작고 가벼운 짐에다 자기만 아는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날이 밝자 그는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어젯밤에 몰래 표시해 둔 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입니까! 그 짐은 바로 어제 온종일 자신이 불평하고 지고 온 그 짐이었던 것입니다.
십자가는 모든 사람에게 무거운 짐입니다. 그러나 그 짐의 무게는 어떤 마음으로 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성모님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바로 그 십자가로부터 새로운 희망과 알찬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서 우리의 어머니가 되신 성모님은 우리도 당신과 같은 사랑으로 주님의 길을 기꺼이 그리고 행복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며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성모님과 함께 우리에게 지워진 십자가를 통하여 주님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영광의 십자가로 만드는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