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제24주간 훈화)
준주성범: 제2장 소리 없이 내적으로 말씀하시는 진리
1. 주 하느님, 모든 예언자를 비추시고 이끌어 주신 분이시여, 제게는 모세도 아닌 어느 예언자도 아닌 주님께서 친히 말씀해 주십시오. 주님께서는 그들이 없더라도 저를 완전하게 가르쳐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주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2. 실제로 그들은 좋은 말을 합니다. 그러나 정신까지는 주지 못합니다. 그들은 아름답게 말하지만 만일 주님께서 침묵하시면 그들이 저의 마음을 불태울 수 없습니다. 그들은 오묘한 도리를 말하지만 주님께서는 이치를 밝혀 알아듣게 하십니다. 그들은 계명을 가르쳐 주지만 주님께서는 그것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들은 길을 가리키나 주님께서는 그 길을 다닐 힘을 주십니다. 그들의 활동은 바깥일에 지나지 않지만 주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지도하고 비추어 주십니다. 그들은 물을 뿌려 없애지만 주님께서는 부어 주시고, 그들은 소리를 질러 말하지만 주님께서는 말을 들어 이해하게 하십니다.
3. 그러므로 영원한 진리이신 저의 주님, 제게는 모세가 아니라 주님께서 말씀해 주소서. 혹시라도 훈계를 들었지만 아무런 감화가 없어, 소용없게 되지 않도록 해주소서. 말씀을 듣고도 행치 않고, 알고도 사랑치 않고, 믿고도 순종치 않아서 엄한 심판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서. 그러므로 ‘주님, 제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참조) 주님, 당신 종이 듣도록 제게 말씀하소서. 제 영혼에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저의 모든 생활에는 개선이 되고, 주님께는 찬미와 영광과 끝없는 존경이 되도록, 제게 말씀하소서.
<묵상>
하느님 말씀은 성경을 통해서 전해집니다. 그러나 모든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조명되고, 해석되며, 실천되지 않으면 일종의 문학 작품으로 끝납니다. 준주성범은 성경 말씀을 읽는 것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주님과의 대화로 승화할 것을 가르칩니다. 문자로 기록된 하느님 말씀은 내면 속에서 전달되는 그리스도의 실제 목소리를 경청하면서 다시 창조됩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성경은 쓸모없는 책이 되고 맙니다. 미사 중에 말씀의 전례에 임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씀을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는 사고와 영성, 그리고 삶이 달라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