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연중 제22주간이며 순교자 성월을 시작하는 이번 주일에 주님은 우리에게 당신을 따르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덕인 ‘겸손의 덕’을 가르쳐 주시고 계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는 말씀대로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워싱턴이 미국의 수도로 결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도시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들은 진흙탕 길 위에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널빤지를 깔아 놓고 흙탕물이 튈까 봐 조심조심 길을 건너곤 했습니다. 어느 날, 버지니아의 존 랜돌프와 켄터키의 헨리 그레이라고 하는 두 하원 의원이 진흙탕 길의 좁은 널빤지 위에서 마주쳤습니다. 그러나 평소 서로 경쟁의식이 있었던 둘은 얼굴이 굳어진 채 서서. 서로 상대편이 먼저 비켜 주기만 기다렸습니다. 성미가 급하고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없는 랜돌프는 전부터 예의 바르고 깍듯한 그레이가 잘난 척한다고 몹시 싫어했습니다. 그는 좁은 길에서 마주친 그레이에게 목소리를 낮게 깔고 은근히 비꼬듯 말했습니다. “나는 악당에게는 길을 비키지 않습니다.” 그러자 그레이가 품위 있는 모습으로 공손히 인사하면서 “나는 언제나 악당에게는 길을 비켜 줍니다.”라고 말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흙탕물 속으로 발을 내딛는 그레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랜돌프는 얼굴을 붉혔다고 합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꼭 이기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신앙인입니다. 주님도 우리에게 당신의 마음을 보고 배우라고 하셨던 그 마음은 곧 겸손한 마음입니다.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라는 주일 독서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우리 것만 돌보지 않고 남의 것도 돌봄으로, 주님을 닮는 축복되고 아름다운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