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5.08.10 09:43

연중 제19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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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9주일(다해, 2025년 8월 10일) 강론

 
오늘의 두 독서와 복음의 주제는 깨어 기다림에 관한 내용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먼저 제1독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로부터 해방되었던 일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해방의 날 밤”에 모든 것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의 지시에 따라 떠날 준비를 하였던 것은, 파라오라고 하는 절대 권력자의 지배하에 강요되던 노예생활이 ‘현실’의 전부가 아니라 야훼 하느님만이 참된 현실임을 분명히 인식함으로써 ‘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제2독서에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히브 11,8) 길을 떠나야 했던 아브라함은 늘그막에 어렵사리 얻은 외아들 이사악을 주님께 봉헌하라는 요구를 받고 순명하며 실행에 옮길 정도의 믿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깨어 있는 삶은 혹독한 시련의 삶이기도 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믿음은 미래의 것을 약속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하느님의 말씀에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아브라함은 아들 이사악도 되찾고 수많은 자손들과 풍요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바로 깨어있는 삶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루카 복음에서는 예수께서 세 가지 비유를 통해 깨어 기다릴 것을 제시하십니다. 첫 번째 비유는 혼인 잔치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는 종들의 태도에 대해, 두 번째 비유는 집에 도둑이 언제 올지 모르는 집주인의 태도에 대해, 세 번째 비유는 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을 다스리도록 책임 맡은 관리인의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비유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비유들 모두 불확실하고 막연한 미래를 준비하고 기다림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재산 관리인에 대한 세 번째 비유와 관련된 한 예화가 생각납니다.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를 융합시켜 새로운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알렉산더왕은 기원전 336년 마케도니아의 왕으로 즉위한 뒤에 동방 원정을 떠나 유럽과 소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세계 제국을 건설한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넓은 영토를 정복하고 세계 문명의 조류를 바꾸어 알렉산더 대왕이라고까지 호칭되기에 이른 그도 33살 나이로 바빌론에서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죽을 날이 멀지 않았음을 감지한 알렉산더는 어느 날 신하들을 불러서 이렇게 명령하였습니다. 
“내가 죽은 후 나의 시신을 관에 넣어 묻을 때에는 내 양손을 밖으로 내놓아 백성들이 볼 수 있도록 하라.” 놀란 신하들이 되물었지요. “아니,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그런 분부를 내리십니까?” 그러자 대왕이 대답합니다.
“천하의 알렉산더 대왕도 죽을 때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광대한 제국을 건설하고 세계를 통일한 뛰어난 인물도 결국에는 빈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예수께서 우리는 단지 재산 관리인에 불과하며 하느님께서 주신 것을 하느님께서 언젠가는 다시 거두어 가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죽을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에 늘 깨어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깨어 준비함이 더욱 요청된다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일반인들보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더 잘 아는 사람들입니다. 주인의 뜻을 알고도 그 뜻대로 준비하지 않고 행하지도 않는 종이 주인의 뜻을 잘 몰라 행하지 않는 종보다 벌을 더 받듯이,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알면서도 행하지 않으면 몰라서 행하지 않는 외인들보다 큰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 48절의 말씀을 깊이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누구든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실 것이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 
 
최근 어느 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종교에 귀의한 자든 아니든 현실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의지할 만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1위가 돈, 2위가 권력이나 학벌, 3위가 신(神)이라는 응답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만큼 돈이나 권력 등 세속적 힘을 얼마만큼 가졌느냐에 따라 삶의 성공도가 판가름 나고, 그 성공도에 따라 삶의 충실도가 정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최근에 나온 우리 한국 종교인들의 의식조사보고에서 우리 가톨릭 신앙인들이 개신교 신자에 비해 구원과 종말 그리고 부활신앙에 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구원에 대한 불확실성과 신앙인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은 자녀 신앙교육의 소홀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냉담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좀 더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의 신앙을 무장하고 특히 자녀들에 대한 신앙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특히 손쉬운 유혹은 “다음에 하자.”라는 속삭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루다 보면 결국 끝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늘 허리에 띠를 두르고, 하느님을 맞을 준비를 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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