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5.08.03 08:32

연중 제18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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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8주일(다해, 2025년 8월 3일) 강론
 
이제 본격적인 피서철이 된 것 같습니다. 어제는 본당 학생들 신앙학교가 열리고 있는 거제도에 사목회 회장단과 함께 수박, 통닭, 아이스크림 등을 준비해서 방문하고 왔습니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숲속에 풀장이 있는데 애들이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를 않으려 한답니다. 자연 속에서 좋은 체험을 하고 안전하게 돌아오길 바랍니다.
 
우리는 흔히 여가, 피서, 관광 같은 단어들이 신앙이란 용어와 만나면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여가생활과 신앙생활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조금만 부지런하고 지혜롭다면 과거 특전미사로 불렸던 토요 주일미사나 피서지의 성당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가생활이 “미사에 빠지고 놀러감”이라는 의미를 극복하고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주일의 의무를 준수하고 또 산, 바다, 강과 같은 대자연 속에서도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루카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재물 즉 돈에 관하여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전반부에서는 돈 때문에 생긴 형제간의 불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후반부에서는 자기의 재산만 믿고 하느님께는 인색했던 부자가 하느님으로부터 질타를 받는 내용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세속에 대한 탐욕과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이 돈으로 인해 이웃 친척은 물론이요, 가족끼리도 심지어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원수가 되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초자본주의 국가인 이 땅에 살아가면서 재산, 즉 돈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떨쳐버릴 수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하든지 돈을 모아야 사회적 지위도 올라가고 자식교육도 좀 더 고급스럽게 시켜서 더 우수한 학교를 보내고 좀 더 편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6-70년대의 어렵고 쪼들리는 시대를 지내온 노년층들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사실 재화라는 돈은 그 자체로서 경제생활의 편리한 도구가 되고 그 기능이 제대로 사용될 때는 아주 유용한 하느님의 선물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마태복음 25장 14절의 달란트의 비유에서 예수께서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돈을 모으는 일을 칭찬하십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돈을 모으느냐 하는 문제와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더 많이 벌기 위해서 남이야 어떻게 되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 수출이 늘고 경제가 호전될수록 그 혜택은 가진 자들에게만 돌아가고 열심히 자영업이나 노동을 해도 생활고와 빚더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심지어는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가운데도 서울 강남에서는 여유 돈으로 부동산투기를 하고 돈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떠도는 돈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한편에는 돈 때문에 선량한 가정주부들이 비윤리적인 장소로 유혹되어 나가 급기야는 가정파탄으로 내모는 오늘날의 현실 등을 생각할 때 과연 우리 교회가 잠수함의 새와 같은 기능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를 반성해 봅니다. 잠수함에 새를 둠으로써 산소가 탁해지면 제일 먼저 새가 경고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돈을 쓰는 일도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재화의 주인은 세상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입니다. 다만 우리 인간은 그 재화를 관리할 관리자라고 우리 교회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관리인이 소유주처럼 행동할 때, 거기에는 혐오감을 주는 무절제와 낭비라는 일탈된 모습이 있을 뿐입니다.
돈을 벌기보다는 쓰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이 돈을 잘 쓸 수 있는 최상의 비결은 나눔입니다. 마태복음 25장 31절부터 나오는 최후의 심판에 관한 대목에서도 강조하듯이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병들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과의 나눔이 종말에 가서 심판의 기준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점과 관련된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떤 사람에게 세 친구가 있었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는 그가 매일 만날 정도로 절친하였습니다. 그다음으로 친한 친구는 그가 아주 소중히 여기기는 했으나 첫 번째 친구 때문에 자주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하였습니다. 세 번째 친구에 대해서도 참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앞의 두 친구와 만나는 바람에 거의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이 사람이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가장 친한 첫 번째 친구는 죽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그의 곁을 떠나 버렸습니다. 두 번째 친구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면서도 그의 무덤까지만 같이 가 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친구는 그가 죽는 순간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인도되는 순간에도 함께하였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친구는 돈이고, 두 번째는 가족이며, 세 번째는 선행이요 나눔입니다. 우리가 가장 가깝게 생각하는 친구가 정작 함께해 주기를 바랄 때는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나눔을 위해서는 누가 가난한 자인지를 관심있게 살피는 일도 중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토현성당에서 2개월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나눔 냉장고’ 운동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이 요청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일상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반복되더라도 먹구름 그 뒤편에는 밝은 태양이 있음을 생각합시다. 그리고 하느님의 은혜에 나눔으로 응답하는 신자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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