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7월 꾸리아 훈화)
뜨거운 여름, 뜨거운 믿음?
이제 기후변화는 보편날씨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폭염과 폭우, 열대야는 기상이변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머지않아 해수면의 온도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되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이 시작될 것입니다. 창조 질서에 반역하는 인간이 자초한 결과입니다. 한편 우리의 신앙생활 패턴도 달라진 듯합니다. 너무 더우면 주일 미사에 나오지 않습니다. 에어컨을 풀 가동시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노약자보다 젊은 계층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불편하면 쉬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희생, 인내, 보속, 절제 등의 고유한 가톨릭 가치는 요즘 세대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차장이 부족하고, 시설이 좋지 않으며, 노인들만 있는 성당을 기피하고 자기 편한 대로 신앙생활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어쩌면 종교 상품에 대한 소비 개념으로 보자면 지금의 모습은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가톨릭 신앙이 매력이 없고, 이득이 없다는 것이지요. 성가정도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가족 모두가 신앙생활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가정 안의 신앙 전수는 실패했으며, 봉사자의 세대교체는 단절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구약성경의 대부분은 패망과 유배의 역사에서 쓰여졌고, 신양성경의 대부분은 추방과 박해의 상황에서 쓰여졌습니다. 세상이 바뀌어도 신앙의 순수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자칫 세상과 타협하는 것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끝까지 고유한 가치를 지켜야 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레지오 단원 여러분, 성경이 바뀌지 않듯 교본은 바뀌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레지오 정신입니다. 날씨는 덥지만 우리의 진군은 멈추지 않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평일미사와 묵주기도, 그리고 봉사와 선행은 우리의 기본 임무입니다. 우리가 무너지면 본당 공동체는 다 무너지는 것입니다.
※8월 한 달간은 레지오 훈화를 쉬겠습니다. 지금까지의 훈화를 어떻게 실천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경우에 따라 화려한 웅변보다 조용한 침묵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