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4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연중 제14주간을 시작하는 주일 복음에서 예수님은 72명의 제자를 파견하시며 그들에게 특별한 사명을 주시는데, 곧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그들이 첫 번째로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라는 말로 참 평화를 빌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복음을 받아들였고, 하느님의 평화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의 복음을 전하라고 예수님으로부터 파견된 사람들입니다.
평화라는 말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팍스(pax)와 샬롬(shalom)이 바로 그것입니다. 팍스는 로마인들이 추구하는 평화였는데 물질적인 만족감이나 법, 힘으로 세상을 평정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로마는 이런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넓은 땅을 정복했고 지배했습니다. 로마는 하루도 피를 흘리지 않는 날이 없었고 결국 그 힘과 물질에 의해 망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에 반해 샬롬이 의미하는 평화는 로마 식민 백성인 히브리 민족의 것으로, 내적이며 정신적입니다. 히브리인들은 건강한 자나 성공한 자는 물론 병든 자나 실패한 자들과도 ‘샬롬’이라는 인사를 기꺼이 주고받았던 것입니다.
오늘날 믿는 자들이 구해야 할 평화는 팍스가 아니라 샬롬입니다. 스피노자는 “평화란 싸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영혼에서 솟는 기쁨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평화를 전하기 위해 이 세상에 파견된 제자들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주님의 평화가 그대와 함께”라고 말하며 주님의 참된 평화를 빌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한 주간 우리도 프란체스코 성인처럼 이 세상에 평화를 전하는 참된 도구가 되어 주님의 참 평화가 우리와 우리 주변에 가득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