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복음 10,1-12.17-20
오늘 독서들은 오늘날 다른 어느 때보다도 더 필요한 평화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평화를 갈망하지요. 한데 세상 곳곳에서는 전쟁과 분열로 서로 깊이 상처를 내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 받기를 누구나 갈망하고, 정의와 공정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원하지만 세상은 나날이 더 각박해지고 거짓과 불평등이 난무합니다.
이런 세상에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과연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3) 하십니다. 한데 전혀 예상치 못한 조건을 내거십니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ᆢ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4-5)
매일 미사책에서는 그때에 라고 시작하지만 성경을 보면 “그 뒤에”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본문 앞의 내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려면
- “머리 기댈 곳조차 없는” 처지를 감내해야 하고,
- “나를 따라라”는 부름을 받은 즉시 지체없이 따라야 하며,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결단을 내린 후 자꾸만 옆길로 새거나 지난 일을 돌아봐서는 안 된다는 조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또하나의 조건, 제자들이 예수님의 사명을 이어가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돈주머니와 여행 보따리와 신발은 여행하는 사람의 필수지참물인데도 지니지 말라고 하시는 것은 스스로 지니고 있는 힘과 물질, 인맥에 의지하지 말고 오직 하느님 말씀과 그분 섭리에 의탁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탁만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이 드러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이의 차이는 이 의탁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인, 복음선포자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할수 없는 일을 하도록 불린 자들, 그래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