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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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다해, 2025년 6월 29일)강론

 
오늘은 초대교회의 가장 중요한 사도들인 성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 대축일입니다. 먼저 우리 주위 신자들 가운데 베드로와 바오로 세례명을 가진 모든 형제들에게 축일을 축하드리도록 합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베드로 사도는 신앙고백의 모범이 되었고, 바오로 사도는 신앙의 내용을 깨우쳐 주었으며, 또한 베드로 사도가 이스라엘 후손들 가운데 초대교회를 세우고 돌본 인물이라면, 바오로 사도는 이방인들의 스승입니다. 
 
오늘의 제1독서에서 베드로 사도는 예루살렘 근처 바닷가에 위치한 카이사리아 병영에서 천사의 도움으로 감옥을 탈출하는 파스카를 체험합니다. 베드로 사도가 체포된 때는 무교절 기간으로 히브리인들이 파스카를 거행하려고 준비하던 때였습니다. 이 탈출은 초대 그리스도교회가 유대교 전통과 그 영향에서 점차적으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오늘 독서에 이어 사도행전 12장 17절에는 베드로 사도가 감옥에서 나온 후 ‘그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다.’라고 나옵니다. (43년경으로 로마행, 쇠사슬 성당, 그 후 50년 예루살렘 사도회의에 베드로가 나타남)
또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님을 찬양할 수 있도록 ‘나를 굳세게 해주시는’ 분은 그리스도였노라 고백하고 있습니다. 믿음을 지킨 두 사도는 이렇듯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그리스도 안으로 모으고,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존경을 받는 사도들입니다. 두 사도가 남다른 존경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순교에 있습니다. 즉 기원후 64년 네로황제의 통치시기에 로마의 화재를 계기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가 시작될 무렵, 두 사도는 로마에서 체포되어 베드로 사도는 로마의 한 언덕(자니콜로)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Chiesa di St. Pietro in Montorio)하셨으며 바오로 사도는 로마 외각에서 대리석 위에 목을 대고 목이 잘리는 참수형으로 순교하셨습니다.(Tre Fontanae: 잘린 목이 세 번 튐) 이처럼 위대한 순교로 인해 그들은 더욱 더 위대한 사도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 하더냐, 그리고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고 물으시자, 베드로가 나서서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합니다. 이 고백을 통해서 베드로 사도는 하늘나라의 열쇠까지 얻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용서에 대한 교리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었지만, 일곱 번이란 제한을 내세웠습니다. 또한 그는 물 위를 걷다가 의심을 품어 물에 빠졌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자기 발을 씻어 주는 것을 거부했지만, 다음에는 온몸을 깨끗이 씻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는 절대로 예수님을 배반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였지만, 결국 그분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맹세함으로써 배신의 행위를 했습니다.
 
이렇게 강하면서도 나약한 베드로였지만, 예수님께서 그에게 부여한 역할의 중요성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하자 예수님은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며 그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건넸습니다. 이처럼 사도 베드로는 다혈질이고 결함이 많지만, 예수님께 대한 그의 믿음은 너무나 확고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사도 바오로도 자신이 광신적 바리사이파 지도자가 되어 초기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로 악명이 높았지만(사도8, 3), 그리스도인을 박해하러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사도22,10)한 후, 그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한 인간의 평가는 그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드러난다고 합니다.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는 인격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새 인간이 되었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복음의 기쁨을 전했습니다. 
감옥에 갇힌 베드로가 천사의 도움으로 풀려난 일화는, 복음의 힘이 어떤 세속적인 억압에도 굴하지 않음을 말해 줍니다. 
 
또한 2독서에서 감옥에 갇힌 바오로 사도가 죽음을 직감하면서 티모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감동적인 고백이 나옵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과연 누가 인생의 마지막에 이런 후회 없는 고백을 할 수 있을까요? 
인생의 뒤안길에서 모자람 투성이였던 자신의 생에 대한 회한에 빠지는 것이 보통의 인간입니다. 바오로 사도라고 그런 회한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자신을 통해서 복음 선포가 완수되고 모든 민족들에게 복음이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면서 나를 굳세게 해 주셨습니다.”라는 믿음 덕분이었다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이 아름답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도 언젠가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도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처럼 후회 없이 “나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살았습니다.”라고 고백하며, 하느님을 마주 뵈어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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