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4주간(7월 6-12일)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 (오순절 평화의마을 대표이사)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는 권고는 모든 신자들에게 주님 안에서의 식사가 끝났으니 이제 문을 열고 각자의 자리로 가라는 선언입니다.
세상을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보내신 외아들 예수님은 ‘죄인들의 친구’가 되셔서 그들과의 삶을 피하는 대신 ‘먹보요 술꾼’이라는 별명의 주인공으로 사셨고 주님의 제자들도 이들 중 하나였을 겁니다.
그런데 주님은 당신의 구원사업이 완료되기 전 이미 제자들을 당신에 앞서 파견하셨습니다. 주님의 수난도, 또 부활도 체험하지 못하고, 주님 말씀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보기도 힘든 처지에서 제자들은 길을 떠나며 어떤 것도 허락받지 못한 맨몸으로 길을 떠납니다.
레지오 단원의 활동은 이 제자들과 닮았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는 때를 만나기도 하지만 주님은 처음부터 우리가 가진 재능과 능력이 아닌 하느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사랑 하나로 세상을 마주하게 하셨습니다. 무능과 무지에 가까운 제자들이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을 전하게 하신 주님은 수확할 많은 것들 앞에서도 이 원칙을 지키셨습니다. 수확할 것이 많다는 주님의 걱정에 너무나 부족해 보이는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 놀라운 일을 이루었고 주님께 기쁘게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비결은 능력이나 재주가 아닙니다. 하느님이 우리 모두에게 주신 사랑이면 충분하다는 것,
그것이 오직 주님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임을 레지오 단원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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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간(7월 13-19일)
“그렇게 하여라. 그러면 네가 살 것이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 (오순절 평화의마을 대표이사)
사람들 사이에 신앙에 관한 이야기 중 ‘강한 믿음’이나 ‘약한 믿음’에 관한 표현이 많습니다. 보통은 겸손함으로 표현되지만 다른 이들과 비교하는 모습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이 표현에 관해 기준으로 제시되는 것에는 성사 생활은 물론이고 기도와 성경과 교리에 관한 지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에 있어서 ‘아는 것’은 이 강한 믿음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영원한 생명을 물었던 율법 교사는 율법의 핵심에 관해 묻습니다.
그의 질문은 궁금증이 아니라 시험이었고, 예수님은 그가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굳은 믿음’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그에게 되물으십니다.
그는 기다린 듯 자신 있게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관해 대답했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분명하셨습니다. 그가 이미 알고 있는 것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후 소개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원래 이 율법 교사에게 주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사마리아인은 그를 부끄럽게 말하는 실천하는 하느님의 사람을 보여줍니다.
레지오 단원은 무엇 하는 사람인가를 말한다면 이런 주님 말씀에 가장 합당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책으로 또는 지식으로 전해지는 그 모든 것이 그리스도가 먼저 보여주신 삶에서 드러나는 율법의 정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삶이 먼저고 기록과 지식은 그다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그렇게 하여라’라는 가르침의 가장 확실한 신앙의 증거는 우리의 활동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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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간(7월 20-26일)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정호 빈첸시오 신부 (오순절 평화의마을 대표이사)
라자로의 누이들이었던 마르타와 마리아는 주님과 친근했던 가정의 주인공들로 주님뿐 아니라 레지오 단원들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구별점에서 활동을 마르타와 연결 짓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활동이나 일로 일컬어지는 마르타와 기도나 영성적인 부분과 연결되는 마리아에 대해 달리 생각하면 레지오의 활동에 관한 가치가 ‘부족함’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르타의 외적으로 보이는 것으로 레지오의 활동과 연결시키는 것은 성경이 전해주는 메시지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주님이 좋은 몫으로 표현하신 것은 마리아였기 때문에 생겨난 이 오해는 마르타에게 드러나는 부족함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실제 마리아의 좋은 몫은 어떤 행동이 아닌 그의 ‘위치’에서 찾아집니다. 동시에 마르타의 부족함도 그의 활동적인 모습에서가 아니라 같은 ‘위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위치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자리가 주님의 가르침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곧 마르타는 놓치고 마리아는 가졌던 것은 주님의 곁이었고, 주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마리아와 마르타가 실제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 집에서 주님이 떠나시고 나서입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말씀으로 삶의 기준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알고 사는 것과 무조건 열심히만 사는 것의 차이가 마리아와 마르타의 차이입니다. 그러므로 레지오 단원은 예수님을 가르침을 기억하며 하늘나라를 열어가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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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간(7월 27일-8월 2일)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 (오순절 평화의마을 대표이사)
레지오 단원들과 뗄 수 없는 것이 까떼나와 묵주기도를 떠올리는 ‘기도’입니다. 우리의 기도를 ‘주님의 기도’를 통해 살펴봅시다. 주님이 기도하실 때 제자들이 와서 기도하는 법을 청합니다. 모두들 기도하는데 우리도 어떻게, 또 무엇을 기도해야 하는지 알려달라는 청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얻은 주님이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가 ‘주님의 기도’입니다.
지금 우리 입에서 가장 자주 외워지는 이 기도에는 ‘기도문’이 아닌 기도에 대한 가르침이 존재합니다. 예수님은 다른 민족들처럼 기도하지 말라고 하시며 하느님은 이미 들으시는 분이고 또 알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주님은 오히려 다른 가르침으로 인도하십니다.
‘주님의 기도’의 내용은 온통 세상이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뜻대로 천국에서처럼 땅에서도 모두가 살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기에 유혹에 떨어지지 않고 함께 살도록 지켜달라는 청이 함께 합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기도는 확률에 거는 기도가 아니라 그런 하느님께 마음과 입을 모아 함께 하는 공동체의 우렁찬 노래와 같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삶으로 하느님을 기쁘시도록 선물하고 기도로 마음을 모아 하느님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매일의 의무를 세상 가장 가볍고 쉬운, 설레는 대화로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기도와 삶으로 이어지는 곳에 하늘에서와 같은 땅이 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