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성체 성혈 대축일 강론)
우리는 미라클 메이커!
예수님의 기적은 보통 병자 치유와 마귀 축출입니다. 그러나 가끔 결이 다른 특별한 기적을 일으킬 때가 있는데, 바로 오늘 루카 복음에 나오는 오병이어 기적입니다. 이러한 기적을 요한복음에서는 표징이라고 부르는데, 기적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기적이 암시하는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면에서 표징이라는 것입니다. 만일 오병이어 기적이 정말 필요했더라면 자주 행하셨겠지요. 그러나 복음서에서는 한 번 혹은 두 번밖에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병이어 기적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성체성사입니다. 예수님은 오병이어 기적을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서, 즉 사회복지 차원에서 행하신 것은 아닙니다. 기적으로 생긴 빵과 물고기는 결국 육신의 허기짐을 채우고 나면 끝입니다. 기적을 경험한 군중들은 기적의 결과에 열광한 것이지 기적을 일으키신 예수님을 믿고 따른 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이지요. 예수님께서 오병이어 기적을 통하여 군중들에게 말씀하시고 싶었던 것은 당신이 참된 생명의 빵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제는 물질적인 양식에서 생명을 찾지 말고, 주님 안에서 영적으로 생명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믿고 그분과 하나 되는 삶을 사는 이는 모두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리라는 메시지가 오병이어 기적의 참된 의미입니다. 우리가 매 주일마다 기억하는 성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예식으로 반복되는 성찬례는 성체성사 안에서 만나는 주님이 바로 생명을 주시는 분이라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어떤 아내가 남편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로또 같은 사람이야. 전혀 맞지 않아.” 그런데 연애할 때는 정반대의 말들을 주고받지 않았습니까? “우린 천생연분이야. 황무지 같은 이 세상에서 너를 만난 건 기적이야.” 지금은 서로가 기적입니까? 아니면 재앙입니까?
누구나 기적을 바라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기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전 생애를 통해서 우리에게 기적이 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수많은 기적을 일으키셨지만,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기적을 단 한 번도 일으키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으로 영원히 지속되는 유일무이한 기적을 일으키셨는데, 당신 십자가 죽음으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기적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묻겠습니다. 세례를 통하여 주님을 만난 건 기적입니까? 아닙니까?
오늘은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십자가 희생 제사에서 제물로 바쳐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십자가 희생 제사인 미사 안에서 성체성사를 통하여 그분과 하나 되고, 동시에 그분의 몸으로 변화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내어주는 생명의 빵이 됩니다. 빵을 먹기에만 급급하고 내가 다른 이들에게 빵으로 먹히는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은 성체성사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굶주리고 있는 군중들의 상황을 보고하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이르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이는 제자들에게 그냥 하시는 말씀이 아닙니다. 성체성사를 체험한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나눠주어야 합니다.
어떤 말기 암환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는 백만장자입니다. 이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두 가지의 기적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부로 최고의 의료진들을 구하고, 최고의 의료 장비와 수술로 암을 기적적으로 고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낫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예후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세례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 재산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평화롭게 눈을 감았습니다. 어떤 것이 참된 기적입니까? 병으로 빨리 죽든 의술로 연명하든 결국 사람은 죽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태도와 가치관이 바뀌는 것은 수명의 길고 짧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성체를 영하는 여러분들은 앞으로 어떤 기적을 일으키겠습니까? 참된 미라클 메이커이신 주님 안에서 그 답을 찾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