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다해, 2025년 6월 22일)강론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부터 4주간이나 연속으로 이어지던 대축일의 마지막 대축일인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한때 당신을 따르던 군중들에게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로 5천 명 이상을 배불리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나 남았던 기적을 통해서 성체성사의 예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때 TV에서 “나를 물로 보지 마!”라는 음료 광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기를 무시하는 친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음이온 수’니 ‘천연 암반수’니 심지어는 ‘태초의 물’이니 하며 먹으면 마치 생명이라도 연장되는 듯한 생수의 논쟁을 뜨겁게 벌이고 있습니다. 주로 지하수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광고에 등장하는 단어들이지만 그만큼 오늘날 생수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한번 마시면 목마르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물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 인간은 영혼과 육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육신은 근력이 좋아야 팔십을 살고 요즈음 의학이 발달해서 좀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백세를 넘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육신을 양육시키기 위해서는 매일 밥과 음식을 먹고 또 우리 몸의 80%로 구성되어 있는 물을 마셔야 합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구성요소인 우리 영혼을 양육시키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예수께서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에게 내어주신 성체와 성혈이 그것입니다.
 
오늘 ‘지극히 거룩하신 주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매일 세 끼의 밥 이외에도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체의 의미를 좀 더 새롭고, 가슴에 와 닿는 실제적 의미로 묵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매일 대하는 밥상을 생각해 봅시다. 나에게 살 수 있는 생기를 주는 이 밥은 어떻게 해서 내 밥상 위에 놓이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농부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부모의 피와 땀이 한 그릇의 밥을 상 위에 올려놓은 것이고, 이것이 자녀의 생명을 자라게 하고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이처럼 밥의 앞면에는 ‘자녀의 성장’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부모의 사랑과 희생’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예수께서는 ‘성체성사’라는 밥상 위에 당신 자신을 밥으로, 제물로 올려놓으셨습니다. 당신 스스로를 밥이라고 선언하시는 성체성사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 사랑의 절정을 접할 수 있습니다. 성체성사의 앞면에는 ‘영원한 생명’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을 위해서 부서지고 나눠지고 먹히는 삶을 사신 주님께서는 오늘도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성체성사 안에서 우리 인간의 영적 양육을 위해 자신은 부서져 먹히고 계십니다.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뮈세는 ‘5월의 밤’이라는 시로 유명합니다. 이 아름다운 시 속에는 어미 펠리칸이란 새가 등장합니다. 어미 새 펠리칸은 갓 낳은 굶주린 새끼 새들을 해변에 놓아두고 먹이를 구하러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오랜 여행에도 어미 새는 단 한 줌의 먹이도 구하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맙니다. 여행에 지친 어미 새 펠리칸이 저녁 안개 속에서 갈대숲으로 돌아올 때 굶주린 새끼 떼들은 어미 새에게 몰려갑니다. 그러자 어미 새는 목을 흔들면서 늘어진 날개 속으로 새끼들을 포옹합니다. 다음 순간 어미 새는 해변에 누운 채 자신의 심장을 새끼들의 먹이로 내놓습니다. 어미 새의 심장과 내장이 새끼들의 입으로 사라지기도 전에 어미 새는 숨을 거두고 맙니다. 
자신의 심장과 생명을 내주면서까지 또 하나의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남김없이 내주신 한없는 사랑. 그래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성체 찬미’에서 ‘ 주 예수, 사랑 깊은 펠리칸이여!’라고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이 성숙해지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성숙해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믿음의 길을 걸었지만 성숙한 신앙인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적 소식’에 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신비스러운 소문’에는 호기심 이상으로 반응합니다.
성체성사의 신심이 부족한 탓입니다. 교회 내에 신심 활동과 쇄신 운동이 많지만, 그 귀착점은 언제나 성체 신심입니다. 성경 속의 예수님과 ‘성체의 예수님’은 같은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 옛날 병자들을 고치시고 악한 영을 몰아내시던 분과 성체성사의 예수님은 결코 다른 분이 아닙니다. 따라서 성체를 모심으로써 그분께서 ‘함께하셔야’ 인생과 신앙이 성숙함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매 미사 때마다 주님의 성체를 모십니다. 이 성체가 단지 밀가루의 한 조각이라는 물질적 의미를 넘어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성체를 모시는 사건이 예수께서 보여주신 영원한 삶을 보증하는 일에 동참하라고, 그래서 우리도 자기 육신의 안위만을 위해 살 것이 아니라 가정과 이웃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실천함으로써 참 생명의 삶을 살라고 촉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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