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삼위일체는 하느님의 깊은 본성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하느님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으로 우리에게 체험되지만 실상 한 분이신 하느님이라는 신비입니다. 이 신비는 인간의 머리로 온전히 납득되기 힘들고, 인간의 말로 다 표현될 수 없는 신비입니다. 그러나 삼위일체의 신비는 머리로 납득되기 이전에, 우리가 체험하고 느끼며, 그럼으로써 깨닫게 되는 신비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신학과 교리 이전에, 사도들이 체험하고 깨달은 신비입니다. 그래서 이 신비를 깨닫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사도들의 체험과 깨달음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사도들에게도 그리고 오늘 우리에게도 하느님은 멀리 계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불러도 대답이 없으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도들은 인간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보고 느끼고 체험했습니다. 사도들에게 예수님은 하느님의 영에 충만하신 분이셨고, 그분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 그분의 행동 하나 하나가 모두 하느님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이 지금 내 곁에 계신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사도들은 주저 없이 바로 예수님이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 위한 그분의 죽음, 그리고 믿기 힘든 그분의 부활을 목격하면서 사도들은 예수님 그분이 바로 우리 곁에 계신 하느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도들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보내신 당신의 영이 자신들 존재 깊은 곳에 계심을 느끼고 체험하고 깨닫게 됩니다. 성령은 바로 우리 안의 하느님입니다.

사도들은 하느님 아버지는 우리를 사랑하시며 모든 것의 기원이자 종착점이신 분이라는 것을,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심을, 그리고 성령은 우리 안에 계시는 하느님이심을 체험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세 위격의 하느님이 실상 한 분이신 하느님이라는 깨달음이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너머에 계시는 분이시고,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시며, 우리 안에 계시는 분이십니다.

삼위일체가 하느님의 본성에 관한 신비이지만, 인간이 느끼고 체험하면서 깨닫게 되는 신비라는 측면에서, 삼위일체의 신비는 인간에 관한 신비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 너머에 계시다는 말은 우리 존재의 시작과 마침 너머에 계신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의 삶을 마치더라도 하느님의 영원의 품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은 지금 여기서의 삶을 영원한 것으로 여기지도 않으며, 지상의 삶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치도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우리 존재 너머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의지해서 살아가며 그 미래에 희망을 두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감싸여 있음을 깨닫습니다. 우리 자신의 인생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 있음을 깨닫는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은 성령을 통해 우리 존재 안에 계시는 하느님입니다. 우리가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을 때, 우리의 상처가 낫게 되고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참다운 모습으로 회복하게 됩니다. 우리 존재 가장 깊은 곳에서 나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삼위일체의 교리는 하느님 본성에 관한 가장 깊은 신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신비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도 말해줍니다. 삼위일체의 신비는 지금 우리의 삶 그리고 미래의 우리의 삶 모두가 영원하신 하느님의 은총과 신비 안에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오늘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를 묵상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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