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0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성령강림 대축일을 끝으로 우리는 50일간의 부활 시기를 끝내고 연중시기를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연중시기는,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 땅의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살아감으로, 이 세상에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이 우리 안에서 주님의 가르침을 깨닫도록 밝혀주시며 또 그러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시기 때문입니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소설가 안톤 체홉의 “귀여운 여인”이란 작품에 올렝카라고 하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녀가 극장을 경영하는 사람과 결혼하였는데 그녀가 말하는 것은 온통 연극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연극을 보는 것이 왜 우리 인생에 유익이 되는가? 연극 공연을 하는 사람의 의미 등등. 이 남편도 올렝카를 통하여 자기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남편이 죽고 맙니다. 곧이어 올렝카는 목재상을 경영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됩니다. 그러자 이 귀여운 여인 올렝카는 나무에 대해서 생각하고 목재의 예찬론자가 됩니다. 나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유익한가? 또 동네사람들과 대화할라치면 목재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그도 죽고 이제는 주둔 군대의 수의장교와 결혼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또 동물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누구와 짝하여 사느냐에 따라 우리는 그 사람의 눈과 귀와 입을 갖게 되고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하게 됩니다. 세상과 짝하는 사람은 자기가 원치 않는다 하더라도 그 사람처럼 세상에 관한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은 성령을 받고 성령과 짝을 이룬 사람으로, 성령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관심과 이야기의 주 대상이 무엇입니까? 혹시라도 남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 세속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받은 성령이 아직 우리 안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까? 성령이 오신 이 한주간 동안, 우리에게 오신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여서 우리가 주님의 눈과 입과 마음을 가지고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며 주님의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주님께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