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주님 승천 대축일 강론)

 

승천은 마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복음서와 사도행전의 저자인 루카는 주님의 부활과 승천의 간격을 40일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잘 알시다시피 40이라는 숫자는 준비의 시간을 말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을 보내며 계약의 백성이 되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예수님 역시도 광야에서 40일을 단식하시며 공생활을 준비하셨습니다. 마찬가지로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 이후의 40일은 승천을 위한 준비의 기간입니다. 이때 주님께서 사도들에게 보호자 성령을 약속하셨고, 선교 사명을 주시면서 그들로 하여금 철저하게 부활의 증인이 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이 또한 진정한 사도가 되기 위한 준비의 40일이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주님의 승천 사건은 단순하게 주님께서 하늘로 오르시어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셨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주님의 승천은 사도들을 통하여 장차 구속사업을 이어갈 교회의 사건입니다.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에서 천사는 사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

 

이 말씀은 사도들이 살아 있는 당대에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말씀은 당시 사도들에게 하신 말씀이라기보다 모든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세상의 모든 주님의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며 이 현세의 삶을 성실히 복음 정신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사도들처럼 하늘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맡겨주신 성교회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는 사도들이 주님의 승천을 끝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부활의 증인으로 활동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경배하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줄곧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루카 24,52)

 

스승께서 떠나셨는데 제자들은 오히려 기뻐했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왜 그럴까요? 육안으로는 떠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적으로 더 가까이 현존해 계심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승천은 전혀 다른 세상으로 주님이 떠났다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특히 교회를 통해서 성령 안에서 활동하고 계심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가끔 방송 매체에서 AI 기술을 동원하여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유명인들을 소환하는 경우를 봅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 묘사도 그렇고 목소리도 실제 고인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살아 있는 인간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지만 있는 것이지요. 이에 반해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주님은 지금 나와 함께 생활하고 계십니다. 미사성제를 통하여, 우리의 기도와 선행 안에서 주님은 살아 계십니다.

 

이제 다음 주일이면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이는 부활시기의 끝을 알리는 축제로써 교회의 탄생을 경축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타율적으로 살기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양떼를 맡기시면서 천국의 열쇠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를 고아로 버려두신 것이 아니라 성교회 안에 협조자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의 즉위 미사에서 어부의 반지를 끼고 잠시 멈추어 서서 하늘을 바라보심. 막중한 책임감, 그러나 성령께 의탁하는 모습) 세례를 받은 우리들은 성령 안에서 하나 되어 세상에 사도로 파견됩니다. 지상 여정의 마지막 순간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하늘에 오르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손을 들어 강복하셨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사제는 매일 미사 때마다 파견 강복을 합니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형제자매 여러분, 복음 전파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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