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부활 제5주일 강론)

 

부활 체험(1)

 

우리는 부활 시기, 부활하신 주님을 어떻게 체험할까요? 부활하신 예수님은 어디에 계신 것일까요? 당연히 성화나 이콘을 보면 부활하신 주님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창작물에 불과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실재를 우리는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그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때는 예수님께서 수난당하시기 전 날밤, 당신의 죽음이 가까이 온 것을 아시고 제자들에게 유언을 남기십니다. 더 이상 스승을 볼 수 없지만 영원히 스승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바로 새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할 때 주님께서는 항상 우리 안에 살아 계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사랑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사랑합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한다고 했을 때 자식이 어떤 기대를 채워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진정한 사랑이 아니지요? 사랑은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둘째, 조건을 따지지 않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어떤 조건을 따지고 비교합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기호입니다. 식품에는 기호가 있지만 사랑에는 기호가 없습니다. 혼인 서약을 앞둔 예비 부부에게 사제는 묻습니다. 이 혼인은 어떤 조건으로 하는 것입니까? 상대 배우자의 집안 배경, 재력, 학력, 직업, 사회적 지위 등을 조건으로 내 세우는 결혼은 성사가 아니라 재테크에 불과합니다. 사랑은 그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입니다.

 

셋째, 죽기까지 변함없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목숨을 바치지도, 끝까지 사랑하지도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입장에 따라 한시적으로, 혹은 필요에 따라 일정 부분만 사랑합니다. 그러나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쳐 끝까지 사랑해야 하고, 신자들도 서로를 향해 그렇게 사랑해야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공동체가 건설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그 사람의 잘못과 결핍, 그리고 어리석음까지도 품습니다.

 

참 실천하기 어려운 사랑이지요? 그러나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치셨고, 목숨을 바쳐 실천하셨습니다. 그 결과 부활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부활은 아무런 노력 없이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주님의 새 계명을 지킬 때 우리도 부활할 수 있습니다.

 

또 오늘 주님께서는 새 계명을 주시면서 이런 말씀도 덧붙이십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

 

우리가 주님의 제자라는 것은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 자신이 아니라 외교인들이 우리의 행실을 보고 칭송한다는 것입니다. 가끔 어떤 신자가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합니다. “세속이나 교회나 뭐가 다릅니까? 돈이면 다 통하지 않습니까? 또 외인들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만나면 서로 싸우고 뒤에서 욕하는데...교회도 사회와 매 한 가지 아닙니까?” 참 한심한 말이지만, 몇몇 무늬만 신자인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5월은 선교 기간입니다. 요즘 선교가 잘되지 않습니다. 몇몇 입교하는 예비신자들 대부분이 어떤 신자의 선교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왔다고 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선교해야 할까요? 지난 총대리 주교님의 사목 방문 때 비오 주교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진정한 선교는 구호가 아니라 행실로 하는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가 만일 서로 정말 사랑하고 기뻐하면 스스로 나가서 자발적으로 선교할 것이며, 외인들도 우리 공동체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선교사 출신이신 레오 새 교황님의 첫 강복 전 메시지를 끝으로 강론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를 베드로의 후계자로 선택해 주신 모든 추기경 형제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걸으며, 하나 된 교회로서 언제나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며, 언제나 두려움 없이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남녀로서 복음을 선포하고 선교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사랑으로 일치된 교회, 그것이 선교의 핵심 전략이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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