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5.05.11 10:05

부활 제4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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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일(다해, 성소주일 2019년 5월 12일)강론
 
오늘은 ‘거룩한 부르심’이라는 뜻을 지닌 성소주일입니다. 이 성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늘 사람들을 두 부류로 부르셨음을 알 수 있지요. 하나는 예수님을 따르는 일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들 일상생활의 외적인 틀은 변하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 마르타, 라자로,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 같은 사람들이었지요. 그들은 주어진 자신들의 생활에 충실하면서도 예수님의 뜻과 사랑을 실천하였습니다. 이를 넓은 의미의 성소라 부릅니다. 
또 하나는 자신들의 안정된 생활과 가족까지 다 버리고 완전히 다른 생활을 택한 사람들이지요. 베드로, 야고보, 요한 같은 제자들입니다. 이를 좁은 의미의 성소라 부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이 두 가지 길은 오늘날 우리 교회 안에도 계속 이어 내려오고 있습니다. 첫째 부류는 평신도로서, 둘째 부류는 성직자, 수도자로서 저마다 고유한 역할을 맡은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뜻하는 성소는 좁은 의미의 성소를 말합니다. 특별히 사제직과 수도 생활로 부르심을 받는 것을 의미하지요. 따라서 성소 주일인 오늘은 점점 세속화되고 물질문명의 발달로 영적 생활보다 육적인 생활을 더 추구해가는 이 시대에 사제직과 수도 생활에 투신하는 젊은이가 많아지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아울러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자신들의 성소를 더욱 잘 가꾸어 성화되도록 기도하고, 그들의 아픔과 고뇌를 이해하고, 또 함께 나누는 날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성소주일을 맞이하면서 지난 4월 21일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성소에 관하여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2013년 3월 14일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됐습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이었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 바로 우리가 추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1936년 12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17세 되던 해, 즉 1953년 성 마태오 복음 사가 축일인 9월 21일에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하던 중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했고, 동시에 사제 성소를 느꼈다고 합니다
교황님의 사목 표어인 ‘자비로이 부르시니(Miserando atque eligendo)’는 예수께서 세리 마태오를 제자로 부르신 복음서 기록에 관한 베다 성인의 강론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즉, 예수님께서 마태오를 바라보신 순간, 그 자비로운 눈길 속에 이미 ‘제자의 길’이란 선택이 담겨있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교황님은 당신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히 부르심을 하느님 자비와 연결하여 생각했습니다. 죄인을 부르러 오신 주님께서 비천한 인간을 당신 자비로 부르셨기에 ‘자비’는 교황님에게 하느님의 신분증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황으로 선출되었을 때 수락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다음과 같이 대답하십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무한한 인내를 믿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처럼 교황님은 하느님 자비에 온전히 의탁하셨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라고 하십니다. 양은 청각이 아주 좋은데 겁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그마한 소리에도 깜짝 놀라서 도망친다고 하지요. 하지만 주인인 목자가 있으면 어떤 소리에도 도망을 치지 않습니다. 바로 주인인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양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가장 큰 선물인 영원한 생명을 준다고 하십니다. 착한 양의 모습처럼 목자인 주님의 말씀만을 듣고 또 그 곁을 떠나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1티모테오서 3장 8절에서 부르심을 받은 이들을 두고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품위가 있어야 하고,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으며, 술에 빠져서도 안 되고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깨끗한 양심으로 믿음의 신비를 간직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점과 관련된 성녀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언젠가 수녀님께서 미국을 방문하여 어떤 도시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많이 배우고 돈도 많아 보이는 젊은 여자 한 사람이 데레사 수녀를 붙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자살을 결심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어요.”
이 말을 듣고 테레사 수녀는 이런 권면을 했습니다.
“그러나 자매여, 자살하기 전에 내가 자매에게 한 가지만 요청하고 싶어요. 내가 있는 인도의 캘커타에 와서 나와 같이 한 달만 일하고 난 후에 자살을 선택하세요.”
이 여자 교우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테레사 수녀를 따라서 인도의 캘커타로 갔습니다. 거기서 그녀는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오랜 기아와 질병으로 까맣게 말라 비틀어 죽어가는 그들을 붙들고 부지런히 간호하고 치료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살고 싶어졌습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살아가면서 온전히 사랑에 투신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온전히 사랑에만 투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그것을 위해 주님은 지금도 여러분과 자녀들을 부르고 계심을 다시 한번 생각합시다.
그리고 오늘도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충실하게 사목을 하는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하느님의 도움심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사제, 수도자들에게 영육 간의 건강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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