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로마 시간으로 지난 수요일 오후에 새로운 교황님이 선출되었습니다. 교황님은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에 앞서 하신 말씀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다리가 되었듯이, 모든 그리스도인은 그리고 주님의 교회는 인간과 인간을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님의 말씀 그리스도인은 벽을 쌓으면 안되고 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에 대한 응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큰 기쁨으로 새로운 최고 목자의 탄생을 지켜보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분이 인간적으로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 회의 콘클라베는 후보 없이 추기경 2/3의 표를 모아 나가는 과정입니다. 후보로 나서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기 앞에 거대한 사명의 파도가 자신을 압도할 때, 그가 한 개별 인간으로서 느끼는 무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운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운명. 그리스도교는 이 운명과도 같은 일을 부르심이라고 부릅니다. 바로 주님의 부르심입니다. 아주 특별한 부르심입니다. 피하거나 도망가기 힘든 부르심, 거역할 수 없는 부르심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를 거룩한 부르심, “성소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보통 성소라고 말할 때, 하느님께서 사제와 수도자의 삶으로 불러 주시는 것을 성소라고 말합니다. 전 세계 교회는 오늘 부활 제4주일을 성소주일로 지냅니다. 성소주일에 교회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사제와 수도자로 하느님의 불림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우리가 성소에 대해서 묵상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한 인간을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으로 불러주신 것과 같은 아주 특별한 성소도 있지만, 하느님은 우리 삶의 일상 가운데에서 우리를 부르신다는 점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결단과 결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근원적으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의한 일이 많습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결단과 결정의 배후에 있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우리는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부르심에는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도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고, 우리의 다양한 삶의 방식, 사제로서의 삶, 수도자로서의 삶, 그리고 혼인의 삶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우리의 응답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르심에는 하느님의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과 신앙을 통해 하느님께서 당신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하나 더 우리가 묵상해야 할 것은, 부르심 또는 성소라는 말은 자신의 일과 직업에도 연관되어 있는 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의한 것이고, 우리가 하는 일 역시 그것을 통해 하느님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것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의 일과 직업이 먹고 살기 위해서 또 돈 벌기 위해서 하는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하는 일을 통해 하느님께서 이루시고자 하는 바가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일이 어떻게 하느님의 일을 이루는데 협력하는지 우리가 함께 묵상해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삶, 우리의 신앙, 우리 삶의 방식, 우리가 하는 일 모두의 근원에는 하느님의 부르심이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실상 우리의 삶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불리워졌고, 우리 삶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우리 삶의 근원에 있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오늘 성소주일에, 내 삶의 근원에서 울려 퍼지는 주님의 목소리, 주님의 부르심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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