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부활 제3주일 강론)

 

스승은 제자들을 버리지 않는다

 

오늘 요한복음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제자들이 다시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는 예수님 생전에 이제부터 사람 낚는 어부가 될 것이다.’라고 하시며 제자들에게 선교 사명을 주신 사건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제자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낙향하여 생업으로 돌아갔지만 스승은 제자들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나타나시어 선교 사명을 이어갈 것을 명하십니다. 제자들이 탄 어선은 교회를 상징하고, 그들이 던진 그물은 선교를, 그리고 백쉰세 마리의 큰 물고기는 일치된 보편교회 안의 수 많은 신자들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한때 배신하고 도망쳤던 제자들을 향해 호통과 야단을 치지 않으시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와 같이 아침 식사에 초대하십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뭐가 이쁘다고 밥상을 차려주겠습니까? 그것도 스승이며 주님이신 그분께서. 오늘 복음에서 만나는 주님의 모습은 실패하고 어깨가 축 늘어져 돌아오는 자식들에게 밥을 차려주는 엄마의 모습입니다. 또 사고치고 속만 썩이는 꼴통 자식인데 밥은 먹고 다니니?”하고 묻는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식사 초대 안에는 평범함, 따뜻함, 부드러움, 관용과 용서가 들어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이제 성체성사를 통해서 매일 만나고 있지요. “와서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셔라.”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베드로에게 당신의 교회를 맡기십니다. 배신자를 용서해 주신 것만으로도 과분한데, 사람 더 미안하게 사목권까지 부여하십니다. 그가 한때 잘못은 했지만, 그 잘못이 베드로를 성장시켰습니다. 주님과 교회를 위해 베드로가 목숨 바칠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용서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제자에 대한 무한한 스승의 신뢰와 사랑, 그것이 어부 베드로를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첫 교황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스승은 제자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버림받은 사람입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선생님에게 버림받은 제자, 친구들에게 버림받은 아이, 자식에게 버림받은 부모, 사제에게 버림받은 신자 등 또 어떤 형태의 버림받음이 있을까요? 버림받음의 상처는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냅니다.

 

어떤 교우가 저한테 질문했습니다. “신부님, 서로의 다름과 잘못을 어떻게 인정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 다름이 저한테 상처와 분노가 됩니다.” 자녀 양육도 그렇고, 부부 관계도 그렇고, 교우들 관계도 그렇습니다. 저하고 다른 사람과 자한테 잘못한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서로의 다름과 잘못을 받아들이기는 참으로 어렵지요. 특히나 서로의 다름과 잘못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면 관계 회복은 더 어려울 것입니다. 본당 신부를 보세요. 얼마나 많은 신자들의 다름과 잘못을 지켜보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어떤 신자가 맘에 안 들고 꼴 보기 싫다고 해도 목자가 어찌 양 떼를 버립니까? 또 여러분들을 보세요. 아무리 자식이 못났고 잘못을 저질러도 어찌 부모가 자식을 버리겠습니까? 서로의 다름과 잘못은 이성 혹은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냥 내 십자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래서 그것은 기도 없이 절대 불가능합니다. 하느님께 인간은 실패작이나 오발탄이 아닙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입니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오류와 결핍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가로막게 하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 인간이 그것을 스스로 거부할 때도 있습니다만. 그러니 자신의 오류와 한계를 알고 있듯이 상대방의 오류와 한계를 인정하세요. 그래야 서로 간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입니다. 어른이나 아이할 것 없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서로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래서 상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극복할 수 없어서 그와 어느 정도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나를 지키는 길이라 할지라도 사람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약점과 한계가 나를 힘들게 할 뿐입니다. 그래서 목자가 양 떼를 버릴 수 없듯이 영적으로 한 가족인 우리는 서로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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