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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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부활 성야미사 강론(다해, 2025년 5월 20일)

 
먼저 주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 오늘 이곳 토현성당을 찾아 부활 성야미사를 드리는 모든 교우 여러분들과 가정에 주님 부활의 은총이 충만히 내리시고, 언제 어디서나 삶의 위로와 용기, 기쁨과 희망이 충만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세상 구원을 위해 인간이 되신 하느님께서 죽으시고 다시 부활하신 밤입니다. 이 밤은 하느님의 죽음과 인간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이겨낸 부활이 한 목소리로 이 세상에 새로운 희망을 선포하는 은총의 밤입니다.
 
한 이슬람교도가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당신네들에게는 없는 아주 중요한 유산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이슬람교 제2의 성지 메디나에 가면 마호메트의 시신이 안치되어있는 관이 현존하고 있답니다. 이를 통해 마호메트의 실제성을 확인할 수 있지요. 당신네 그리스도인들은 예루살렘에 가봐야 예수의 빈 무덤밖에 없지 않습니까?” 
맞는 말씀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는 그리스도교 창시자인 예수님의 실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앞에 남아있는 것은 텅 빈 빈 무덤뿐입니다. 그러나 이 빈 무덤이야말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부활을 상징하는 빈 무덤이야말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흔들릴 때마다 찾아갈 곳은 빈 무덤입니다. 우리 마음이 의혹으로 가득 찰 때마다 찾아갈 곳은 빈 무덤입니다. 죽기보다 더한 고통 앞에 괴로워할 때 마다 찾아갈 곳이 바로 빈 무덤입니다. 
 
예수님의 무덤이 빈 무덤임을 확인한 첫 사람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절망과 슬픔, 허전함과 분노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즉시 상황은 반전됩니다. 충만한 기쁨에 사로잡힙니다. 확신에 찬 희망에 들뜹니다. 환희와 감사의 찬가가 절로 터져 나옵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부활 사건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음으로 인해 승리한 것처럼 여겨졌던 악의 세력이 완전히 패배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악의 승리는 잠시뿐이었습니다. 적대자들의 마지막 카드였던 죽음조차도 예수님을 무덤에 가두어둘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보여주신 죽음과 부활의 길, 그리고 그 길을 함께 가자고 부르시는 그분의 초대, 그것이 바로 우리 인간을 죽음이 아니라 생명과 희망의 길로 인도하는 새로운 표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활이란 그저 멋진 하나의 추억에 불과한 사건이 결코 아닙니다. 부활이란 깨닫고 받아들이고 믿음 안에서 살아야 할 현재적인 사건입니다. 예수께서는 인간의 모든 고통과 암흑의 실체를 체험하시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해 주셨습니다. 나아가 부활을 통해 승리에 동참할 수 있는 은총까지 우리에게 내려주셨습니다.
 
실제로 우리 한국의 수많은 순교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때문에 조롱과 모욕과 배척을 당하며 처참하게 죽어갔지만 지난 2014년 8월 16일 당시 박해를 명령했던 최고의 수장인 왕이 거처했던 광화문 앞에서 100만 명이 넘는 신자들과 전 세계가 보는 가운데 124명이 복자로 영광스럽게 부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박해를 했던 인물들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처럼 부활은 역전입니다.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의 ‘반전’입니다. 살면서 우리도 이런 모습을 가끔씩 체험합니다. 부활의 은총입니다.
오늘 복음의 여인들도 그렇게 은총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무덤에 계신 주님께로 갔습니다. 스승님이 보고 싶어 그냥 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천사를 만난 것입니다. 눈부시게 차려입은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천사들은 여인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알립니다.
이제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 앞서 갈릴래아로 가신다고 합니다. 그곳은 주님 활동의 주 무대이자 제자들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즉, 부활은 무덤이나 다른 세상에서 체험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 이 시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미운 사람이 안 보이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 미운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곳이 천국이요, 그것이 정말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는 부활입니다.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렵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지요? 생활 속의 고통은 글자 그대로 ‘고통스러운 현실’이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참으로 부활의 은총이 기다려집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어둡고 혼탁한 인류 역사 안에 우리는 오늘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빛이심을 고백하고, 그 빛이 우리를 비춰 줄 것을 기도합니다. 지금부터 우리는 촛불을 밝혀 들고 세례 서약을 갱신합니다. 이제 우리를 지배하는 모든 어둠의 세력을 끊어버리고, 대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빛으로 모셔야 하겠습니다. 또한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로 또 성령의 은총 속에 새로운 생명으로 살 것을 고백합시다. 주님의 부활은 오늘도, 내일도 항상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계속되어야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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