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강론)

 

그리스도 우리의 빛!

 

그리스도는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빛으로 오셨습니다. 우리가 죄 속에 있는 한 어둠은 항상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써 어둠은 사라지고 우리 안에 그분의 빛이 충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순시기를 통해 오늘 이 순간을 준비하며 기다려 왔습니다. 다 같이 부활인사를 하도록 합시다. Bona Pascha! 여기서 라틴어 보나좋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좋다는 말은 파스카 찬송 후 우리가 첫 독서로 들은 창세기에 여러 번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히브리어로 좋다토브인데, 하느님께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다음 항상 보시니 좋았다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인간 창조 후에는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하느님의 칭찬은 피조물들의 선한 결과에 따른 것이 아닙니다. 아직 세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인간은 아무런 공로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무조건적으로 긍정의 메시지를 보내십니다. 그렇습니다. 세상 창조의 목적은 하느님의 선하심으로 초대받은 인간 그 자체에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구원의 역사가 제3독서 탈출기에 와서는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파스카(=건너 뛰다) 시키는 히브리인들의 찬미가에서 다시 재현됩니다. 당신이 선택하신 백성의 아픔과 고통을 잊지 않으신 하느님께서는 결국 그들을 구원하시고 변치 않는 구원의 계약을 맺으십니다. 이 또한 일방적인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끝으로 여러 독서를 생략하고 마지막 제7독서 에제키엘 예언서에서는 바빌론 유배 중에 있는 고난의 백성들에게 고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속죄를 통한 새 마음과 새 영을 넣어 주겠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은 구약을 통틀어 한결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가 차자 이제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 약속을 성취하십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리스도께서는 이제 부활하시어 죄를 쳐부수고 승리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십니다. 그리스도의 영을 통하여 이제 우리는 새로운 하느님 백성으로 창조됩니다. 또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제 우리는 죄의 노예살이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인으로 거듭납니다. 끝으로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광명을 되찾아 슬픔의 유배살이를 끝내고 본향인 천국으로 초대받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리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저 십자가 죽음 전으로 돌아가는 소생 사건이 아닙니다. 부활은 반드시 수난과 죽음을 통해서만 완성되는 참된 인간성의 승리입니다. 곧 사랑의 승리입니다. 사랑은 죽음도 초월합니다. 그리고 사랑은 생명의 완성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여제자들은 평소 하셨던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관한 말씀을 천사들을 통하여 상기하게 됩니다. 파스카의 신비는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과정 속에서 하느님의 생명을 깨닫는 것입니다. 나의 파스카가 없으면 그리스도의 파스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빈 무덤을 보고 돌아간 제자들은 곧 스승을 뵙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보고서야 믿게 된 그들은 훗날 자신의 파스카, 곧 초대교회의 박해와 순교를 통해서 주님의 부활을 더 강하게 체험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오늘 우리가 참으로 기뻐해야 하는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부활하신 그분께서 당신의 부활로 우리를 초대하셨기 때문입니다. 부활의 삶을 산다는 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서도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하고, 죽어서도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빛의 자녀인 우리는 모든 죄를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 박아 죽여버리고 그분과 함께 다시 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나는 수난과 죽음의 영성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은 고통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빛나고 있는 사랑과 생명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비록 녹녹지 않고 애환과 상처로 가득 차 있더라도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리라 믿으며 희망을 품고 지금의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라야 하겠습니다. 부활은 지금 내가 믿고 있고 경험하고 있는 생명의 신비이자 기쁨의 축제입니다. 이제 오늘부터 시작되는 부활 시기 동안 참된 생명과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다 같이 기도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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