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말하여라 무엇을 보았는지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 전날, 다시 말해, 금요일에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합니다. 다행히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라는 사람에 의해 예수님은 무덤에 묻힐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유다인들의 축제이자 안식일에는 율법에 의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안식일 다음날 이른 아침, 아직 어둠이 다 걷히지 않은 시간에 마리아 막달레나는 주님의 무덤을 찾습니다. 그리고 무덤이 비어 있음을 깨닫고 베드로와 요한 사도에게 알립니다. 사도들이 주님의 무덤이 비어 있음을 확인했지만 주님의 부활을 온전히 깨닫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의 다음 구절을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맨 먼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그리고 사도들에게 여러 차례 나타나십니다. 주님을 보고서야 제자들은 주님의 부활을 온전히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마리아 막달레나는 주님 부활의 첫 증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리아가 부활의 첫 증인 될 수 있었는지, 도대체 그녀가 보고 느끼며 깨닫게 된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부속가>에서도 말합니다. “마리아 말하여라 무엇을 보았는지.” 오늘 마리아 막달레나의 시선으로 우리도 주님의 빈 무덤 속으로 들어가 보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마리아 막달레나는 이른 아침 주님의 무덤을 찾아옵니다. 안식일 율법이 해제되는 가장 빠른 시간에 마리아는 주님의 무덤을 찾습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무덤을 찾아와 무덤 곁에 머물면서 주님의 고통과 죽음에 동참합니다. 주님의 고통과 죽음의 가장 밑바닥까지 동참했던 이 여인에게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가장 먼저 나타나셨습니다. 주님의 죽음에 동참하는 이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납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통과 죽음을 체험한 이에게 부활은 현실이 됩니다. 자기 인생의 무덤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가본 이들에게 부활이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고통에 참여할 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우리의 고통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부활을 체험하게 됩니다.

둘째로, 오늘 복음은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하고 전합니다. 마리아가 무덤을 찾아가고 무덤을 지키며 무덤을 대면할 수 있을 때,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참으로 우리 각자의 무덤을 찾아가고 그 무덤 끝까지 들어가며, 자기 무덤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무덤의 돌이 치워져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내 인생을 가로막던 돌, 나를 억압하던 돌, 나를 무덤에서 나오지 못하게 막았던 그 돌을 치워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이 우리에게 주는 용기가 바로 이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을 찾아간 시간은 이른 아침, 아직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도 그러하고 제자들 역시 주님의 부활을 온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부활도 온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고, 우리 인생의 참다운 의미도 온전히 깨달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온전히 날이 밝으면, 온전히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되면, 주님의 부활도 우리 인생의 의미도 온전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상처 앞에 머무르며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새롭게 이해할 때, 주님께서 우리에게 머무르시게 될 것입니다. 오늘 주님의 부활로 우리 역시 우리 상처와 아픔을 딛고 우리의 무덤을 열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오늘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를 비추어 주시고 용기를 주시기를 함께 기도하며,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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