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파스카
탈출기 12장을 보면,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에 대한 규정이 나옵니다. 유다인들은 봄이 시작되는 때에 맞춰 새해를 시작하고, 새해 첫 달을 닛산 달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닛산 달의 열 나흘째에 파스카 축제를 시작합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달력으로 계산하면, 닛산 달은 춘분에 시작합니다. 춘분이 지나고 첫 보름이 되면 파스카 축제가 시작됩니다. 올해 춘분이 3월 20일이었고, 춘분이 지나고 첫 보름이 바로 지난 주 토요일 4월 12일, 음력으로 3월 15일입니다. 바로 우리가 지난 토요일 밤부터 보낸 한주간, 성주간이 바로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 기간입니다.
“파스카”라는 말은 원래 “건너가다, 넘어가다”는 뜻입니다.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는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노예살이에서 탈출한 사건에서 유래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노예살이에서 약속의 땅으로 건너가게 해 주신 사건, 이스라엘 백성이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 넘어간 사건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것이 바로 이 축제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느님이 이집트에 죽음의 재앙을 내리셨을 때,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명에 따라서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자기 집 문설주에 발라, 죽음의 재앙이 자신들을 건너가고 넘어가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의 영도로 이집트를 탈출하고, 어린양의 피로 죽음을 넘어 생명으로 건너갔습니다. 이것이 첫번째 파스카 사건입니다.
예수님은 바로 이 파스카 축제 기간에 맞추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습니다. 그리고 축제 기간 내 목요일 밤에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셨습니다. 이 만찬에서 주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 죽음이 이스라엘 백성이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도록 했던 어린양의 죽음과도 같은 것임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더불어 당신 백성 역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갈 것임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파스카 기간의 금요일, 성전에서 어린양을 죽여 봉헌하는 그 시간, 오후 3시에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참으로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죽음을 넘어 하느님의 생명으로 넘어가도록 스스로 피를 쏟으신 파스카 어린양이시며, 당신 스스로 이 세상에서 하느님께로 건너가신 파스카 자체이십니다. 이것이 바로 두번째 파스카입니다.
오늘밤 우리는 죽음의 재앙이 이스라엘 백성의 집을 건너갔던 그 밤, 주님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던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갑니다. 우리는 빛의 예식을 통해서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갑니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계속해서 들으며 그 밤 속으로 들어갑니다. 하느님이 우주 만물과 사람을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하느님이 어떻게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셨는지, 하느님이 어떻게 인간과 계약을 맺으시고 당신 백성을 돌보시는지, 그리고 하느님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시고 우리의 영을 당신의 영으로 채워주시는지 읽었습니다. 오늘밤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들으면서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갑니다. 하여 오늘밤은 세번째 파스카의 밤, 우리들의 파스카입니다.
오늘밤 부활하신 주님을 따라 우리의 삶이 이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넘어서 희망과 생명으로 건너갑니다. 주님의 십자가 죽음 안에 부활이 숨어 있었듯이, 우리의 고통과 슬픔 속에 우리의 부활이 숨어있음을 믿습니다. 주님의 부활로 오늘에 절망하지 않고 미래를 희망합니다. 바로 오늘밤에 우리의 삶이 주님의 평화로, 하느님의 생명으로 건너갑니다. 오늘밤이야말로 우리들의 파스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