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9일 사순 제2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적지 않은 신앙인 부모들이 자식들의 불신앙과 냉담 때문에 속앓이를 한다. 부모는 성당에도 잘 나오고, 여러 신심단체에서 활동도 열심히 하고,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는데, 그들의 자녀들은 완전히 딴판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렇게 된 자식들은 대부분 부모들의 탓이다. 자식놈 귀한 줄만 알았지, 정말 그 귀한 자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모르고 기르기 때문이다.
«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하거라, 이 아빠가, 이 엄마가 네가 성당 다닐 거, 네가 기도할 거 다 할 테니까 »부터 시작해서, « 공부해서 남 주냐? 모두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 아니냐? »라는 식으로, 무조건 남들보다 잘 하라고, 남을 이기라고,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가르치는 부모들 은근히 많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사람들끼리 서로서로 사랑하라고 하는데, 자식에게는 그 믿음을 가르치기보다는 처세술을 가르치고, 잔혹하기 짝이 없는 생존의 방법을 가르친다.
정말로 지혜로운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방법이 따로 있다. 지금 내가 죽어도 내 자식들이 올바로 자랄 수 있도록 가슴 속 든든한 심지를 심어 놓는 것이다. « 얘들아, 세상을 살면 헛것이 있고 참된 것이 있는데 너희들이 그것을 잘 헤아려야 한다,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그 중에는 약이 아니라 독이 것도 많고 오히려 하기 싫고 힘들어도 그 가운데 참된 복이 있으니까 너희가 그것을 알아야 한다 » 하며, 스스로 먼저 자녀들에게 모범적인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적지 않은 부모들부터 하기 싫은 것은 안 하려고 하고, 부모들부터 재미난 것만 하려고 하고, 맛있는 것만 먹으려 하고 편한 것만 하려 한다. 자기는 TV보면서 아이들보고는 책 보라 하면 그 아이들이 돌아서서는 부모 흉보는 법이다. 자식들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보고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누굴 닮아서 애가 저렇나? 누구 닮겠는가? 다 자기 부모 닮는 법이다.
오늘 복음은 가정 안에서, 특히 부모가 지녀야 할 신앙인의 삶의 태도에 대한 가르침을 알려주고자 한다. 자녀를 확실하게 망칠 수 있는 방법 한 가지가 있다: “아이의 진로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치맛바람, 돈바람을 휙휙 날려라.” 죽으러 가는 스승 예수에게 ‘나중에 왕이 되어 오시거든 내 새끼 하나는 국무총리 자리에 또 하나는 장관 자리에 꼭 앉혀 달라’고 하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 그 어머니는 자식 귀한 줄만 알았지, 그 귀한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 어머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나는 어떤 부모인가? 나는 자식들에게 어떤 부모로 비치고 있는가?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부모로 비치고 있는가? 적어도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라고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가? 예수의 길을 따른다는 것은 그저 성당 잘 나오고, 주일미사 꼬박꼬박 나오고, 매일 기도 열심히 바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길은 나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이 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뒤따르는 길이다. 전답 농사야 한 해 망쳐도 그 이듬해 잘 하면 그만이지만, 자식 농사는 평생을 가는 법이다. 자식 농사 잘 짓는 것이 예수의 길이다. 참 삶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