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

오늘 복음에서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을 예수님 앞으로 끌고 옵니다.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율법대로라면 돌을 던져 죽여야 하는데, 예수님의 생각은 어떠한 지 묻습니다. 바리사이 사람들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 였습니다. 그러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겠다. 다시는 죄짓지 마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은 죄와 율법, 구체적인 한 죄인에 대한 태도 등 여러 관점과 태도들이 얽혀 있습니다.

먼저 바리사이들의 질문에 대해 묵상해 봅니다. 바리사이들의 질문은 단순히 율법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이 여인을 죽이지 말라고 한다면 모세의 율법을 어기는 것이 되고, 이 여인을 죽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예수님이 보여준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거짓이 되어 버립니다. 바리사이 사람들이 이 여인을 끌고 온 진짜 이유는 율법을 어긴 이 여인을 벌하고, 이 여인의 비윤리적 행위를 단죄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바리사이들의 진짜 의도는 예수님을 제거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욕망을 단죄함으로써 자신들의 숨겨진 의도와 욕망을 채우고자 함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좀 더 성찰해 봐야 할 점은, 바리사이들의 이러한 숨겨진 의도는 우리들의 마음 안에서도 그리고 우리들의 사회와 역사 안에서도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히틀러 치하의 나치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습니다. 그들은 유대인과 소수 민족, 동성애자, 집시들에 대한 사회적인 혐오를 조장하였고, 그들을 학살했습니다. 특정한 이웃을 지나치게 미워하거나, 이웃을 배제시키고자 하거나, 이웃을 지나치게 모욕하고 혐오하는 마음 속에는 자기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마음이 숨어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우리 자신들은 바리사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리사이들의 숨은 욕망은 우리의 숨겨진 욕망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바리사이들의 질문에 맞서, 예수님께서는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이웃에 대한 미움과 혐오의 마음이 우리에게 없는지 우리 자신과 대면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이웃에 대해 쉽게 판단하고 단죄할 수 있는 존재인지 우리 스스로에게 묻게 만듭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이 많은 사람부터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하듯이,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웃을 손쉽게 판단하고 단죄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죄 지은 여인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는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줍니다. 이 여인에 대한 태도가 바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지닌 마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여인의 죄를 단죄하거나 이 여인의 죄의 크기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여인의 미래를 신뢰해주시고, 새로운 삶으로 인도해 주십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이웃을 미워하고 혐오하는 마음 속에는 우리 자신의 더 큰 욕망이 숨어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그러니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실상 이웃을 단죄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우쳐 줍니다. 우리가 이웃을 단죄하지 않을 때, 주님 역시 우리를 단죄하지 않고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믿어 주실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용서와 화해,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우리도 배울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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