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중미사 강론
2025.03.30 09:29

사순 제4주일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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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다해, 2025년 3월 30일)강론
 
오늘 사순 제4주일 복음은 돌아온 탕자를 기쁘게 맞으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입당송은 자비로운 아버지를 모시는 자녀들이 얼마나 기쁜지를 노래하는데, 사순시기 가운데 기쁨을 노래한다고 하여 오늘을 전통적으로 기쁨을 상징하는 ‘장미주일’이라 부릅니다.(장미색 제의) 장미주일은 사순시기가 참회와 회개를 거쳐 자비로우신 아버지와 함께 기쁘게 살아가기 위한 시기임을 되새겨 줍니다. 이제 오늘의 복음 말씀을 묵상해 봅시다.
 
오늘 복음의 배경은 이렇습니다. 세리들과 죄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가까이 모여들자,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저 사람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군.”하고 투덜댑니다(루카 15,1-2). 예수님은 여러 가지 비유로 그들에게 말씀하시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입니다. 이렇게 보면 비유 속 첫째 아들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상징하고, 아버지 가산을 탕진하고 후회하며 돌아오는 둘째 아들은 세리들과 죄인들을 상징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세리와 죄인들을 너무나도 싫어했습니다. 그들과 함께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세리와 죄인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기꺼이 맞아들여 그들과 음식을 먹으며 잔치를 벌이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은 못 마땅해합니다. 비유 속 큰아들의 대사는 그들의 생각을 대변합니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 아버지의 가산을 들어먹은 저 아들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 주시는군요.”
그를 향해 예수님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이 말을 듣고 큰아들인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복음서의 비유는 큰아들의 반응을 언급하지 않지만 우리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결국 예수를 죽음에 몰아넣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혼인을 앞둔 젊은이에게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결혼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십시오.’ 인물이 좋기 때문에, 직장이 좋기 때문에, 건강하기 때문에, 집안이 좋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조건은 언제나 충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건을 보고 결혼을 하는 사람은 그 조건이 사라지면 실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늘 미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하얀 종이 위에 찍힌 검은 점을 보기보다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여백을 볼 수 있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언제나 빛과 그림자를 보게 됩니다. 우리는 빛을 추구하고 그림자를 멀리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사랑하고 계십니다. 빛과 그림자가 서로 어우러져서 조화를 이루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뜨거운 사막에서 시원한 나무 그늘은 여행자들에게 더없는 휴식처가 되고,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안식처가 될 것입니다. 봄날에 따뜻하게 비추는 태양의 입김은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빛은 자기가 빛이라고 자랑하거나 뻐기지 않습니다. 그림자는 자기가 그림자라고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또한 그렇게 살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문제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 나오는 작은아들의 모습은 오늘날의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욕심 때문에 실패하고 자포자기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회개한 뒤에는 은혜에 보답하는 충직한 아들이 되었을 것입니다. 아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버지 또한 회개를 기뻐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작은아들의 경험은 있습니다. 실패와 자포자기의 경험은 우리에게도 있는 것입니다. 성공과 축복이 은총이라면 실패 또한 은총입니다. 어떤 아버지든 아들이 잘살기를 원하지 시련 속에서 좌절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의 복음에 나오는 작은아들의 비유에서 실패의 체험도 은총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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