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대순교자성지
한윤식 보니파시오 신부
오륜대순교자 성지사목 겸 교회사연구소장
김대건 신부님 순교 100주년이 되던 1946년, 전교구적 차원에서 ‘조선 천주교 순교자 현양회’가 설립되었습니다. 한국천주교 순교자현양운동의 출발점이자 구심점이 된 이 현양회는 서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순교자 현양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 장소를 찾아 나선 이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입니다. 수녀회는 부산을 선택하였고, 1968년 오륜대순교자성지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수녀회가 기초를 놓고 다진 오륜대순교자성지는 이제 부산교구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2026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성지를 새로이 조성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병인박해 시기인 1868년(무진년) 9월 19일, 수영장대에서 순교한 8위 순교자의 묘소(1977년 조성)가 늘 그 중심에 자리할 것입니다.
순교성인 26위의 유해를 모셨던 옛 ‘순교자 성당’ 자리에는 새 성당이 들어서고, 성전에서 교우들은 제대 뒤의 대형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순교자들의 묘소를 바라보며 기도하고 미사에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천주교부산교구 역사관’이라는 새로운 교육과 문화의 공간이 옛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자리를 대신할 것입니다.
십자가의 길과 묵주기도의 길, 성모동굴 등은 그대로 보존하여 성지의 옛 모습과 정취를 간직하되, 성지 뒤편 녹차밭(500평 이상)과 그 주변에 넓게 펼쳐진 숲은 누구든 거닐며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어질 것입니다. 물론 쾌적한 휴게 공간(카페)과 식당, 넉넉한 주차 공간도 마련될 것입니다.
이렇게 성지가 조성되고 교구 순교자 현양의 중심으로 거듭날 날을 고대하며, 성지 담당 신부인 저는, 하느님께서 많은 교우들의 발걸음을 이곳 성지로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매일 11시 임시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성지를 찾아오시는 한 분 한 분이 하느님이 머무시는 아름다운 성전이 되기를, 그 마음 안에 순교자가 목숨으로 증거한 신앙이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는 말처럼, 한국교회는 물려받은 신앙을 충실히 살아내고 전하는데 열심이었던 수많은 순교자들이 흘린 피로 자라난 교회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교회의 아들딸입니다. 성모신심 미사, 성월 특강, 순교자 현양 미사, 도보순례 미사, 8위 순교자 기일 미사(9월 19일) 등 이곳에서 봉헌되는 미사와 각종 행사는 이런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과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성지 조성을 위한 기도와 봉헌의 대열에 함께 하며 하늘에 보물을 쌓고 계신 모든 교우님들께 감사드리며, 이곳 성지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